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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남아, 3.75kg, 자연분만,무통 ㅇ유도 ㅇ 출산후기
게시물ID : baby_225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의맷돌
추천 : 18
조회수 : 2938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7/11/12 1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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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32살에 첫째 낳고 34살에 쌍둥이 유산, 35살에 단태아 유산..
36살 2월에 테스토스테론 정상수치 30배, 에스트로겐 정상수치 1/70, 프로게스테론 1/35로 
조기폐경 진행 중이며 사실상 불임 진단을 받았다. 

첫째 낳고도 조리를 제대로 못했는데
(낳기 전날까지 새벽에 녹즙 배달하고 낳고 조리원 퇴원하는 날부터 일함)
 반복되는 유산으로 난소 기능은 약화되었고.. 35살에 유산하고 나선 
전에 없던 배란통 때문에 고통받았었다. 
남편과 시댁 스트레스로 호르몬 불균형까지 찾아와 몸과 정신이 만신창이. 
그러다 작년 한 해 시댁과 연 끊었고, 철없던 남편 뉴질랜드 가서 정신 차리면서 스트레스 
수치가 많이 완화됐었는지
작년 12월 방학이라 잠시 한국 방문한 남편과의 사이에 둘째가 생겼다. 

"We should talk about it." 

두 줄 임테기를 똬악 보여주니 남편도 당황...
남편은 NZMA에서 쿠커리 2학년 과정을 남겨 놓고 있어 한국엔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2학기엔 인턴 때문에 올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뉴질랜드 이민법은 IELTS 6.5 필수 제출, 연봉 48000불 이상으로 영주권 신청 자격을 
상향해서 더 늦추다가는 이민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 휴학도 할 수 없는 상황. 

출산 예정일은 9월 19일. 
남편 없이 혼자 애 낳게 생겼다. 

첫째 때도 시작됐던 죽음의 입덧이 다시 시작되었는데 
둘째라 그런지 토하면서 임신 초기부터 요실금이 시작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속옷을 갈아입었고 
대학로에 있는 가게까지 운전해 가면서 멀미 때문에 몇 번을 차를 세우고 토하면서 출근을 했다. 
이러다간 힘들게 얻은 이 아이까지 잃을까 두려워 직원분에게 거의 맡기고 출근은 최소화했다. 
3월까지만 가게를 하고 직원분에게 인수인계 한 뒤 거의 16주까지 입덧을 한 것 같다. 

처음엔 별로 안 좋아하던 과일과 채소가 당기고 고기는 냄새만 맡아도 올라오길래 
고기와 밀가루만 먹었던 첫째 때와 달라 딸인 줄 알고 나름 기대도 했다.... 만
우리 둘째는 14주 초음파에서 다리 사이의 미사일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아들 둘이라니....


눈물을 머금고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핑크색 레이스 일색의 유아복들을 지우고 
남편 없이 40주의 임신 기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20주 정밀 초음파 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우리 둘째가 소이증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귀가 생기는 임신 5주째에 스트레스받을 일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이었는지 
유난히 심했던 미세먼지 때문이었는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낳아봐야 안다는 말에 매일 소이증 검색을 하면서 많이 속상해했다. 
뱃속의 둘째 역시 힘들었겠지. 엄마가 울어서..






 



왼쪽 귀. 전형적 소이증의 초음파 소견인 귓바퀴 없는 갈매기 모양을 보인다.

그리고 첫째 때는 시댁 남편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던지 애 낳을 때까지 일까지 했는데도 
25킬로가 쪘는데 유산 반복하면서 첫째 만삭 몸무게에서 시작해 진짜 3자리 찍을까 봐 걱정했었다. 
둘째는 스트레스를 별로 안 받아서 그런지 3킬로 찌고 애 낳고 일주일 만에 원래 몸무게까지 회복했다.

난 입도 짧은 데다가 천천히 먹는데도 살이 찐다 했더니 
그놈의 스트레스가 문제였다. 
둘째는 오히려 막달에 몸무게가 빠지는 기현상까지 보였다.

32살에 첫째 낳고 그 사이 두 번의 유산이 있어서 그런지 37살의 둘째는 너무나 버거웠다. 
둘째라 그런가 배도 빨리 커지고 (6개월에 만삭 포스. 그중에 반은 내 배였지..)
첫째 땐 잠도 못 자고 일을 해서 그런가 41주에 2.94kg로 낳았는데 
둘째는 40주 초음파에서 3.9kg을 찍었다. 
애가 커서 그런지 환도 서고, 골반에 치골통까지 가지가지 했다.
키는 36주에 이미 40주 2일.. 유도 분만이 너무 하기 싫어 빨리 나오라고 짐볼 타고 그랬는데..
자궁문은 1도 안 열려 결국 40주 3일째 되는 날 유도 분만을 했다. 
1주일은 기다려 주고 싶었는데 4킬로 넘는 아이를 자연분만할 자신이 없었다. 

첫째 땐 이틀 유도 분만했는데 첫날은 진통도 없고 배뭉침도 없이 그냥 있다가 
다음날 새벽 5시부터 진통해서 오후 2시 48분에 낳았다. 

둘째 출산 후기들을 읽으며 첫째는 10시간 진통했는데 둘째는 3시간 만에 낳았어요~
병원 간지 30분 만에 낳았어요~ 이런 글이 많아 
그래 빨리 낳자 하고 자신 있게 분만실 입장..

그놈의 내진은 도통 적응이 안 되는데 첫째 때보다 왜 이렇게 자주 내진을 하는지..
약도 첫째 땐 링거로 맞았던 거 같은데 둘째 땐 질정을 썼다.  
자궁 입구가 뒤에 있고 자궁 문은 1센티만 열려 있다고 손 하나가 다 들어오는데 
워워 ㅜㅜ 제발 님들아 돌아가면서 내진은 너무 하잖아요 흑;;


......
둘째 3시간 만에 낳았다는 사람 나와.







 








정확히 아침 10시부터 약발로 진통 와서 저녁 8시까지.. 10시간 진통했는데 
자궁문 3센티 열렸단다.
첫째는 10시간 진통하고 낳았는데 애는 내려올 생각도 안 하고 둥둥 떠있지
자궁 경부는 여전히 두껍고 자궁문은 3센티 열렸단다 

결국 의사가 내일 다시 하자며 올라가서 밥 먹으란다..
병실 올라가서 밥 먹는데 이상하게 배가 계속 아프다.
약을 뺐으니 진통이 없어질 거라는데 이상하게 점점 세지는 진통..
진통 어플로 시간을 재 보니 2~3분 간격이었다. 

결국 저녁 9시 반에 다시 분만실로 내려갔다. 

낮과는 다른 간호사가 와서 다시 내진을 하는데 4센티 열리고 
자궁경부도 부드러워졌단다. 
진행되고 있다고!

일단 무통 한 대 시원하게 맞고 첫째 때처럼 진통 온 것 같은 때마다 배에 힘을 줬다. 
첫째 때는 배에 진통기 붙이고 진통 수치를 침대 옆에서 볼 수 있게 해 놨는데 
여긴 밖에서 간호사들만 볼 수 있다. 

양수 터지고 얼마 만에 아이 낳았냐는 말에 첫째는 양수 터지고 1시간 만에 낳았다고 했다. 

좀 있다가 또 내진.. 5센티 열렸다며 갑자기 침대가 변신한다. 
어? 첫째 땐 7센티 열려야 변신했는데 
둘째라 그런가 5센티만 열려도 변신하네 하고 어안이 벙벙. 
분만실이 첫째 때 분만실 절반 크기라 설마 여기서 낳나 했는데 여기서 낳는단다.

침대 변신하고 얼마 안 돼 내진하면서 양수 터뜨리고 힘주라고 한다. 
ㅇㅇ? 5센티 열렸다며 벌써 힘주나? 하는데 일단 하라는 대로 했다. 
첫째 땐 아이가 작아서 그런지 3번 힘주고 낳았는데.. 그때 힘 잘 준다고 칭찬도 받았는데..
그 기억으로 얼굴로 힘 안 주고 밑으로 힘을 준다.

....겁나 아프다.

본격적 진통 걸리고 진행이 빠르니 진짜 겁나 아프다.
힘 잘 주고 있다는데 진짜 애가 내려오고 있는지 저 간호사가 격려의 의미로 
그냥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 

어쨌든 진통이 올 때마다 힘을 줬고 아기도 잘 내려오고 있단다.

첫째 땐 간호사가 한 5명은 들어와서 하나는 배 누르고 하나는 내 아래에서 
계속 자궁 입구 마사지하면서 진통 올 때마다 
"엄마! 힘!" 이랬는데..
여긴 두 명이다. 

게다가 아까 그나마 내진하면서 힘주라고 하던 간호사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엄마! 이제 셀프로 해보세요!" 한다.

네...? 셀.. 뭐요? 

어쨌든 뭐가 이렇지 하면서 죽을힘을 다하니 원장 선생님 오시고 
오시면 첫째 땐 바로 애가 나왔던 거 같은데 
오시고 나서도 바로 회음부 작업하시는 게 아니라 가만히 쳐다보고 계신다;;
뭐지.. 왜 안 끝나는 거지.. 
왜 애가 안 나오냐 했더니 간호사 왈 

"엄마, 얘가 2.9였으면 아까 나왔어요 ㅎㅎ"

그러다 회음부 절개하는 느낌이 나는데 애는 안 나와서 
"으어억.. 제발 이번에 나오자 엄마 너무 힘들어 흑흑" 하니 
원장 샘 왈 
"부탁 안 해도 돼요. 이제 힘 안 줘도 다음번엔 그냥 밀려 나와요" 한다.

아.. 네;;

그리고 첫째 땐 작아서 못 느꼈는데 둘째 땐 정말 온몸에 아이가 끼이는 느낌..
별을 본다는 것이 이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느끼고.. 
초음파상으로 3.9kg.. 실제 몸무게 3.75kg의 남자아이를 
9월 23일 00시 32분에 낳았다. 

낳아보니 귀는 예상대로 소이증이었고..






 



한 쪽 귀만 소이인 전형적 소이증. 귓구멍이 없는 외이도 폐쇄증이 동반됐다. 


다행히 청력검사에서 정상 귀쪽 청력이 좋게 나왔다. 소이 쪽은 재검 떴고...
100일 지나서 수면제 먹이고 정밀 청력 검사를 한다는데 
정상귀 쪽이 좋게 나와 돌 지나서 해 볼 생각이다. 
시티를 찍어야 소이 안에 청각 기관들이 형성됐는지 안다는데 
기관들이 있으면 귓구멍 수술도 해 줘야 할 거고..

그리고 또 하나..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는데 바로 횡측 구순열과 반안면왜소증이다.






 



입술이 소이쪽으로 길게 찢어지고 한쪽 얼굴이 다른 쪽보다 작은 반안면왜소증이 동반됐다.

제발 귀만 이상이 있고 반안면 왜소는 없길 바랐는데.. 

소이증 카페에서 보니 소이 + 구순구개열 + 반안면왜소 + 심장천공 + 항문폐쇄 + 척추 비대칭 중
3가지가 겹치면 골덴하증후군이라는 희귀병으로 분류된다는데..
아직 대학병원에 데려가진 못했다. 

다행히 횡측 구순열은 인중 쪽 구순열보다 흉도 적게 남고 수술도 간단하다 하여 
100일 지나면 수술해 줄 예정인데 서울 아산 병원이 잘 한다지만 지금 가면 내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할 거라는 말에 11월 말에 남편 오면 신촌 세브란스에 가 볼 생각이다. 

첫째 자폐 때문에도 많이 공부하고 걱정하고 울고 그랬는데 
둘째 소이증 때문에도 세상이 있는지도 몰랐던 병을 알게 됐다. 
다행히 소이증은 성형외과적 해결법이 확실하게 있고, 
이러려고 그랬는지 아이 태아보험을 13만 원 넘는 걸로 빵빵하게 들어놓아 
입원 수술, 검사비는 5천만 원까지 지원된단다. 

4살이 되면 메디 포어를 이용해 귀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하고 
만 3세까지는 반안면 왜소는 치료방법이 없어 아기 잘 키워 오라는 소리만 한단다. 

다행히 3.75로 태어나 조리원 3주 후 퇴원할 때는 4.66... 
오늘로 딱 50일인데 벌써 제법 머리도 가누고 도우미 이모님 말씀으론 
다른 애들보다 정강이 하나가 더 크단다. 
몸무게도 6킬로 다 돼 가는 것 같다. 

사촌동생네 5촌 조카가 백일에 10킬로 찍고 
뒤집기 하다 팔이 부러졌다는데..
설마 우리 둘째는 괜찮겠지... ㄷㄷㄷ..

아무튼 처음엔 많이 울고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소이증 카페에서 어떤 부모님이 하신 말씀..
"나만 믿고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라는 말 때문에 
해 줄 수 있는 건 모두 해 주고 싶다. 

그리고 50일인 지금 원더 윅스를 몇 번을 겪는지 등만 대면 난리 치더니 
그래도 밤엔 3~4시간씩 통잠 자주는 내 아픈 둘째 손가락. 
지금은 너무 예뻐서 귀 작은 건 신경도 안 쓰인다. 

엄마가 지켜줄게. 
내 작은 손가락들. 

출처 http://blog.naver.com/mylittlefingers/22113825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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