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몽골군이 러시아와 동유럽을 심하게 유린하고 약탈한것은 사실입니다. 1236년~1241년 사이에 헝가리의 인구가 반으로 줄었다는 기록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초반에 동유럽이 크게 고전한건 전략이나 군사력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당시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가 여러 제후국들에서 중앙정부의 형태를 띄기 얼마 안되서 권력과 군사력이 조각나있는 상태였던 이유가 크다고 봅니다. 폴란드는 볼레스와프 3세 사후 그의 아들들 사이에 찢어져 있는 상태였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집니다. 헝가리의 벨러 4세는 몽골군을 막기 위해서 휘하 제후들을 불렀지만, 중앙정부가 전쟁으로 약해지면 자기들의 이권을 더 챙길수 있을거란 생각을 한 제후들은 대부분 거절합니다. 덕분에 헝가리는 모히 전투에서 패배하고 몽골군은 마음대로 약탈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몽골군은 모히전투에서 생각보다 큰 피해를 입습니다. 그리고 도망가는 벨러 4세를 추격하던 중 클리스 요새에서 대패하고 맙니다.
몽골 사령관 바투는 헝가리의 왕을 포기하고 비엔나로 진군하지만, 가는길에 헝가리인들과 크로아티아인들의 계속되는 기습에 계속 피해를 입습니다.
비엔나와 그 주변 지역을 약탈하던 도중, 몽골군은 오스트리아 대공 프레드릭 2세가 이끄는 군대에 크게 패배하고, 후퇴하던중 모라바 강에서 다시한번 패배합니다. 심지어 완전히 포기하고 카라코룸(당시 몽골 수도)으로 돌아가던중, 에라 모르겠다 하고 불가리아를 침공하지만 그마저 실패하고 맙니다. (한글위키에선 당시 불가리아의 차르였던 이반 아센 2세가 바투에 패배했다고 나오지만 영어위키와 원문 출처는 바투가 졌다고 나오네요. 이반 사후 다음해 다시 쳐들어온 몽골군에 불가리아가 패배해 속국이 됐다는 기록이 있긴 합니다)
동유럽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민간인들이 몽골에대한 큰 공포를 얻게된것은 사실이지만, 보시다시피 몽골이 "정복" 에 성공했다고 보긴 힘듭니다.
이유를 몇가지 들자면,
1. 유럽의 중기병과 기사들이 크게 활약했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헝가리군이 패배했던 모히 전투에도 경무장한 일반병사들은 도륙당했지만, 벨러 4세의 호위병들과 템플러 기사단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고 전력을 보존해 계속 싸울수 있었습니다. 폴란드가 패배한 레그니카 전투때도 65명정도의 템플러 기사단중 사상자는 5명정도밖에 안됐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기록에도 모라바 강 전투때 몽골군 300~700명이 죽는동안 오스트리아군은 100명정도밖에 잃지 않았다고 나옵니다. 이를 알아챈 헝가리는 중기병의 비중을 크게 키웠고, 1285년의 2차 몽골 침공때 라슬로 4세가 몽골군을 완전히 패퇴시키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2. 유럽의 성벽은 견고했습니다. 몽골군은 평야를 완전히 불태우고 회전에서 승리를 거둘수 있었지만 공성전에는 계속 실패합니다. 몽골군은 30개가 넘는 공성무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헝가리의 옛 수도 에스테르곰의 성벽을 뚫지 못했고, 여러 산성들을 우회하고 도착한 비엔나에서도 성벽에 다가가지도 못한 채 근처 마을들을 약탈하는데 그칩니다.
3. 동유럽 날씨는 몽골 못지않게 지독합니다. 특히 1242년 초겨울은 특히 춥고 비가 많이 왔다는 증거가 당시 나무들의 나이테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이는 헝가리의 평야지대를 끔찍한 늪지대로 만들었고 질병과 추위를 동반해 몽골진영에 큰 피해를 입혔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이렇게 후퇴한 몽골은 이후에도 계속 간혈적으로 유럽을 습격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심지어 유럽이 몽골을 침략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루지아의 게오르기 5세는 일 칸국을 침공해 현재 터키 북부지방을 정복했고, 리투아니아는 키에브까지 쳐들어갑니다. 1345년에는 맨날 맞고만 살았던 헝가리가 침공해서 몰다비아 지방을 점령합니다. 1343년에는 크림 반도에 있는 Caffa 라는 도시에 이탈리아 연합군이 몽골군 15,000명을 죽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요약
1. 몽골군이 동유럽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것은 사실.
2. 하지만 유럽인들도 몽골에 엄청난 타격을 입힘.
3. 몽골군이 후퇴한 이유가 칸이 죽어서라는 기록은 구라일 가능성이 큼.
4. 작성자는 몽골이 유럽을 정복할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