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늘 손발이 차고 잘 체하던 나 때문에
항상 네 손은 내 엄지와 검지 사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운전을 하던 순간조차 놓지 못하고
습관처럼 네 손이 바빴다.
밤이면 잠에 잘 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나는
네가 등을 쓰다듬어주면 금세 잠이 들곤 했고
바람이 심하게 불면 모자가 날아가기전에
네 손이 먼저 날아와 내 머리에 앉았다.
자다말고 주섬주섬 나를 찾아 쥐는 손이 귀여웠다.
퇴근할때마다 주머니사정 보다 좋은 먹거리들을
네가 좋아하는거라서 지나치지 못하고 사왔다며
양 손 가득 주렁주렁 들고오면 타박 한마디 했었지만
그것도 참 좋았다.
우리는 관계를 규정짓는 어떠한 말도
서로 먼저 꺼낸적이 없었다.
내가 무심하게 의미없이 끼고 있던 은반지를 빼어 건네어주자 너는 아무런 말없이 받아 끼고서
1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 은반지를 한 순간도 빼지 않았었다.
네 손은 항상 바빴다.
난 그 손이 정말 좋았다.
2.
날벌레처럼 숨찬 하루를 마치고
이제야 용서받은듯이 지쳐쓰러져 곤히 잠든 너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다 끌어 안았다.
얼굴을 가만히 파묻어 보면은 날개뼈 사이 오목한 공간은
나의 쉴곳이다.
한뼘짜리 나의 왕국.
새액새액.
자면서도 너는 급한듯이 숨을 몰아 내쉰다.
내 숨과 섞으면 조금이라도 편안해질 수 있을까
나는 조금 더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뱉는다.
이마언저리에서 너의 심장이 뛴다.
너는 살아있는것만으로도 나에겐 감동임을 알까
내일도 이리 숨가쁘게 살아갈 네가 그저 감사해서
한없이 머리만 쓰다듬게 되는구나.
가련하되 찬란한 밤이로다.
3.
처음으로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내가 어떤 표정이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네가 소중하게 꽁꽁 숨겨 아껴두었던 그 말을
날 붙잡기 위한 도구처럼 쓰였을 뿐.
그래서 조금 울고 싶어졌을 뿐.
아마 아무런 대답없이 웃지 않았을까.
나는 사랑해.라는 대답처럼.
우리가 어긋나기 시작한건
다툼이 아니라 너의 '사랑해'라는 말과
나의 무언으로 시작했었던것 같다.
네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꽃이 피듯 사랑의 시기가 시작 되는 줄 알았다.
모진 추위와 싸워 이기고 잘 보듬어 따뜻하게 품으면
꽃이 필거라 믿고 기다리던때가 있었다.
4.
어긋난건 방향이 틀어진다.
한번 틀어져서 흐르기 시작한 방향의 힘을 돌리는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한번 어긋나버렸고
힘이 부족했고
흐르도록 둘 뿐이었다.
기억은 이미 잠식을 시작했고
먼 훗날 너의 웃는 얼굴만은 남기를.
먼 길을 돌고 돌아 부디 다시 만나지 않길.
그 뿐이다.
ps.너를 위한 글은 나의 것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