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집에.... 가..가고 싶어요...
추운데 장판에 누워서 쉬고 싶어요....
낮에는 화장실도 너무 가고 싶었어요.
이제야 좀 의자에 앉아요..ㅠㅠ........
저는 의사입니다.
병원은 오래오래 계시는 분들도 있지만 대다수가 자주 오가는 곳이기도 하니
정들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어제보다 안색이 안좋지는 않나 신경이 쓰여요.
날이 추워져요.
덕분에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생길 겨를이 없네요..
어르신들은 어르신대로 날이 추워지면 갑자기 어느날 저승사자가 쓸고가듯이 휙 휩쓸려서 하루 건너 한분씩 떠나가세요.
이맘때가 제일 불안해요. 찬바람 불어올때요...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엄마 아빠 같아서 마음이 짠해요.
괴로워하고 또 괴로워하는데 해줄 게 없을 때가 제일 힘들어요.
한계라고 느낄때마다 "아 내가 마법사도 아니고" (아 차라리 내가 마법사였으면 좋겠다!) 삐죽대는데
손에 핸드폰을 쥐고 밥먹으면서도 불안해요.
식판에서 한숟갈도 뜨기 전에 뛰어서 중환자실 갔던 날들이 떠오르지요.
일 치르고 돌아오면 입맛이 없어 먹을 수 없는 ...
중환자실에는 긴긴 시간 계신 분들이 많아요.
긴 병에 효자가 없다고 해요.
그래도 추워지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부모님 생각 한번만 해주세요.
뚜렷한 의사표현은 할 수 없어도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기다리고 계세요.
보호자분들 왔다가시면 반짝 좋아지시기도 해요..
새벽 3시에 불쑥 병원 스테이션에 찾아와 주치의 상담하고 싶다고 의사 찾아오라고 하셔도 괜찮아요.
차라리 그렇게라도 와주셔서 감사해요..
마음이 너무 아파요.
위중하니 와달라고 전화해도 포기했다고 죽으면 연락하라고 하시는 분들 .. 그러지마세요..
오늘은 가족대신 우리가 있어줄거에요. 제가 옆에 있을거에요.
내일도,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도 옆에서 절대 혼자 가게 두지 않을 건데요,
그래도 가족이 있어줘야 하잖아요.. 가족이잖아요..
다 그런것은 아니에요.
부여잡고 일어나라고 울고 슬퍼하시는 가족분들이 더 많죠...
하지만
땀이 나도록 뛰어서 간신히 살려두고 있는 이렇게 하얗게 식어가는 환자와
죽으면 연락하라는 보호자들 사이에서
오늘은 너무 지치네요....
한 번도 제 직업이 억울해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 여러가지 면에서 몰려요...
뉴스에서는 도둑놈...
정부에서도 도둑놈...
병원에서는 누군가의 입안의 혀처럼 굴어야 하고...
심평원에서는 툭하면 삭감한다고 하고....
친구들은 제가 인생 너무 편하게 사는 줄 알아요 좋은직업가졌다고...
연인의 목소리를 들은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나요..
이제 괜히 피해의식이 생겼나, 이제 누가 밖에서 직업 물어보면 그냥 직장인이라고 해요...
그래도 이 글 쓰고 다시 환자들과 간호사들 앞에서면 저는 누구보다 강인한 모습으로 돌아갈거에요.
제가 흔들리고 힘들어하면, 환자들도 간호사들도 불안해하니까요.
은사님이
의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아직도 부족하네요...
글 보시는 모든 분들 제발 아프지마세요...
젊은 시절에 담배피고 술마시고 과로한 것 다 되돌아와요, 꼭 지금부터 관리하세요...
그리고 가족이 더이상 희망이 없다면, 임종의 순간에는 그립고 애틋한 마음으로 와주세요...
추운데 감기 조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