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그런 것 같아요.
남편생일에는 당연히 아침에 제가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고,
제 생일에는 당연히 아침에 남편이 일어나 미역국을 끓여주지요.
서로 시댁 친정에 잘하는 편이라 자부하는데
최근에 어머님생신 전 주에 식사하러 가면서 미처 미역국거리를 챙겨가지 못했습니다.
(첫 생신때 제가 끓여드렸고, 두 번째 생신때 남편이 끓여드렸습니다. 3년차인 이번에 까먹었어요...ㅎㅎ 사실 끓여드려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음)
생신날 전화드리면서 알았어요. 미역국 빼 먹은걸.
'생신 축하드려요 어머니~'
'생신은 무슨 그런 거 챙기지마 늙은이도 아니고 ㅎㅎ '
'어머니 생일은 1살때부터 챙기잖아요~ ㅋㅋㅋㅋㅋ 미역국은 드셨어요?'
'응 아침에 끓여 먹었지~ 니 아버지가(시아버지) 며느리가 둘이나 있으니 미역국 하나 못 얻어먹는다고 뭐라고 하더라~'
'....(헐).... 아 어떡해~ 어머니 제가 챙겼어야 하는데 까먹었어요~ ㅎㅎㅎㅎ ㅠㅠㅠ 죄송해요 '
'아이고 니 아버지가 장난치시는 거야 신경쓰지마~ ㅎㅎㅎㅎㅎ '
전화 끊고 아이고... 그렇네 미역국을 못 끓여드렸네... 생각하다가 ㅋㅋㅋ
문득, 아니 우리는 서로 끓여주는데...
왜 같이 사는 사람 냅두고 어머니 생신까지 우리가 가서 요리를 해야 하나 ㅋㅋㅋㅋ
잠깐 억울하더라구요 ㅋㅋㅋ
아주 잠깐이요.
아버님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우리 아버님 명절에 뚜벅이 며느리 부부 힘들다구 차끌고 데리러 오시는 분입니다!! ㅎㅎㅎㅎ)
시대의 차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반성했습니다.
우리 세대가 참 어렵겠다 싶어요..
부부끼리는 부부세대의 룰을 따르다가도
상위세대의 장소에 가면 그 룰을 따르는 것이 옳긴 한데 ,
(*시댁에서 여자만 일한다고 시댁가서 여자만 일하는 게 옳다는 게 아닙니다.
부인과 남편 모두 일을 하지만 아버님들이 안한다고 비난하지는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 룰이 너무나 다르니까..
가정에 기여하는 부분이 명확하게 분리되었던 아버지어머니 세대와
기여하는 부분이 모호해서 가정의 모든 부분을 함께 이고지고 있는 우리 세대에서
물론 아버지어머니세대도 우리세대를 접하면서 불편한 점이 없지 않겠지만
아랫사람인 우리세대가 더 힘들 것 같다는 것은 제가 우리세대..이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겠지요ㅎㅎ
너무 빨리 변하는 시대에서 기존의 어떤 세대들 보다도 가장 갈등이 심할 것 같은 우리세대
여성 = 가사노동의 주체로 기억되고 있는 시댁에서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는 우리세대 며느리들,
양 세대 갈등의 총알받이이자 협상가로 중간에 끼어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는 우리세대 사위들,
우리모두 화이팅입니다!!ㅎㅎㅎ
출처 |
아버지가 뭐라 그랬다고 순간 욱해서 아니 아버님은 직접 끓여주심 되지 왜 우리 한테만 그런대여ㅋㅋㅋㅋㅋ!! 라고 할 뻔 했던 철없고 못되먹은 며느리의 머릿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