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비인간적인 사람들이나 패륜아들을 볼 때마다 어렵지 않게 뱉었던 말이었다. "귀신은 뭐하나 저런 사람들 안잡아가고!"
하지만 아버지가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나는 저 말을 단 한 번도 입밖에 낸 적이 없다. 착하게만 살던 분이었다. 어린딸들 지키고자 매일 새벽 일어나 운동을 하시며 건강관리를 그렇게나 열심히 하던 분이었다. 처자식들에게 길 건널 때 꼭 횡단보도로 건너라 하시며 횡단보도가 저 멀리 있어도 꼭 횡단보도까지 가서 길을 건너시던 분이었다 어리기만 하던 우리가 나이를 계속 먹어도 아빠는 건강하고 또 건강해서 늘 그 연세이신 것 같았다. 그렇게 건강하고 젊게 사는 분이었다.
그랬던 아빠가 버스를 기다리다 시간이 남아 한 정거장을 운동삼아 걷고 계셨단다. 그리고 걷다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계셨단다. 근데 어떤 미친인간이 아빠를 차로 밀었단다. 우리 아빠 살아생전 마지막 대화가 그 놈이랑이었단다. "너무 추워요 빨리 119에 신고 해주세요" 그리고 나서 아빤 빠르게 의식을 잃었고 그 후 25일을 의식없이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그렇게나 사랑하던 처자식들과 눈도 못 마주쳐보고 안녕 인사 한마디 못 나누신 채 귀천하셨다.
아빠가 떠난 후 난 계속계속 생각했다. 왜? 아빠가 왜? 아빠가 무슨 큰 죄를 지은 적이 있는걸까? 아님 내가 나도 모르게 죄를 지어 아빠한테 악영향이 간걸까? 그간 내가 잘못해왔던 수십가지 일들을 떠올리며 자책했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귀신은 뭐하나 저 사람 안잡아가고? 이게 참 무서운 말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 후로 나는 그 말을 입밖으로 낼 수가 없게 되었다.
지인들이 급작스런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거나 이렇게 유명인들이 갑자기 떠나게 되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무너져내린다. 그 지인들의 아픔이 뭔지 구구절절 잘 알 것만 같아서, 그리고 내 그 당시의 아픔이 다시 나를 찢어놓는 것 같아서, 현실감 없이 매일매일 꿈꾸는 것만 같다 하던 순간들이 떠올라서, 잠에서 깰 때마다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던 그 잔인하던 순간들이 떠올라서, 그리고 왜 갈 사람은 안가고 좋은 사람만 데려가냐는 말들이 너무 슬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