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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대 국회 때 홍종학 의원 비서관으로 근무했었습니다.
제가 옆에서 홍종학이라는 사람을 보고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2015년 여름 디지털소통본부장을 맡게 된 홍종학 의원이 절 찾아와서 "제20대 총선 디지털홍보를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무척 망설였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다들 만류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당 의원 보좌진은 물론 우리 당 당직자들도 이구동성으로 '가지마라!'고 했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기존 의원실)을 놔두고 왜 그런데로(홍종학 의원실)로 가냐? 미쳤냐?"
"우리 당에서 보좌직원들이 가장 많이 바뀐 의원이다! 느낌 안 오냐? 국회에서 가장 빡쎈 방이다."
그런데 당시 각종 선거에서 우리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연패하였기 때문에 2016년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비관론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100석 건지면 다행이다ㅠㅠ”
“80석 얻을 가능성이 높다!”
저도 민주당 보좌진으로서, 당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해야 했기에 홍종학 의원과 함께 디지털소통본부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홍종학 의원실로 옮긴 결정적 이유는
이 사람이
"재선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총선승리만이 목표다!"
라고 하는데 진짜 멋져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와~ 말로만 듣던 선당후사! 그래, 군대 한번 더 간다고 생각하자! 그래봤자 1년이다.’
제가 참 철이 없습니다.
처음엔 의원님도 참 잘 해주고 다른 보좌직원들도 저에게 참 잘 해주었습니다.
홍종학 의원과 함께 매일 회의하며 의욕적으로 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의원실에 지시를 하는데, 홍종학 의원님은 인턴까지 다 모아 놓고 회의를 했습니다.
'우와~ 이것이 바로 수평적 리더쉽이구나!'
처음엔 다 좋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오전 오후는 물론 점심시간, 저녁시간 시도 때도 없는 회의에서 머리를 짜내야 했습니다.
"총선승리를 위해 우리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가?"
이런 회의였습니다.
‘그걸 알면 내가 국회의원 하지 ㅠㅠ’
회의는 종종 격렬한 토론으로 이어졌습니다.
회의실 밖에서는 싸우는 줄 알기도 할 정도로...
회의가 끝날 때쯤 저는 영혼이 탈탈 털린 느낌이었습니다.
평생 없던 편두통까지 생겼습니다.
주말에도 전화벨 울렸습니다.
받으면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홍종학 의원.
아직도 홍종학용 벨소리가 귓가를 멤도는 것 같습니다.
(그 벨소리 음악은 다시 듣고 싶지 않습니다. 삭제했습니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전화기가 뜨거워질 때까지 기획회의를 했습니다.
제 아내도 일 중독인 홍종학을 싫어했습니다.
다른 보좌직원들이 저에게 잘 해주는 이유도 "의원님이 비서관님만 찾으니 우린 참 고맙죠." 이런 느낌...
'내가 정말 눈치가 많이 없구나!'
이제야 매트릭스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인턴들과의 수평적 소통도 이제 보니 인턴까지 직접 탈탈 털고 있었던 것!
※ 어찌나 지옥훈련으로 단련됐던지 홍종학 의원실 인턴 2명 모두 다른 의원실에서는 초고속 승진을 하여 20대 국회에서는 6급 비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홍종학 의원에게 농담으로
“의원님, 제가 여기 올 때 ‘군대 한 번 더 가자’ 이런 생각이었는데, 이제 보니 실미도네요”
이랬더니
“미안해요 ㅋㅋ” 이러더군요 ㅠㅠ
어쨌든 하루하루 시간이 빨리 가게 하려면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당과 후보를 홍보할 전국 디지털소통위원회도 조직하고
소통 플랫폼도 만들고 https://youtu.be/lgLsnsSDafY
온라인 당원 모집도 하고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0174088&code=61111111&cp=nv
차곡차곡 총선을 준비하였습니다.
본인 재선을 위한 준비는 하지 않더군요.
“내가 선거 나가면 디지털소통본부는 누가 맡아요?”
홍종학은 정말 집요하게 한가지 목표에만 매진하였습니다.
오직 총선승리!
홍종학의 정책능력은 원래 인정받았었고 스케치북 필리버스터로 7시간 20분짜리 경제학 강의를 하며 전국민적인 스타의원도 되었습니다
인지도를 볼 때 어디든 지역구를 잡고 재선 준비를 했다면 충분히 국회의원 재선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홍종학은 끝까지 "나의 목표는 총선승리!"이러면서 안 한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저는
'20대 국회에는 반드시 다른 의원실로 간다!’
이렇게 마음 먹고 있었기 때문에
홍종학 의원에게는
"부자시니까 강의도 하시고 여행도 다니면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하시라"
고 말씀 드리고 말았습니다.
2016년 4월 우리 당은 총선에서 승리하고 제1당이 되었습니다.
20대 국회가 개원했고 저는 다른 의원실로 옮겼습니다.
홍종학의 국회의원 임기는 끝났고
'나도 열심히 일 했으니 챙겨달라'
이런 거 없이 조용히 사라지시더군요.
약 6개월 후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홍종학과 마주쳤습니다.
광화문 촛불집회 후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원봉사단체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https://youtu.be/wtJfSQDtAgU
'진짜 하고 싶은 일 하고 사시는 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헤어졌습니다.
제가 홍종학 의원을 보좌하면서 느꼈던 점은 홍종학은 일반적인 정치인과는 참 달랐다는 것입니다.
계파도 없었습니다.
비주류의 문재인 대표 흔들기가 가장 심할 때 디지털소통본부장을 맡았고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하면서 문재인 지킴이 노릇을 했었지만 사실 홍종학은 친문 의원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비주류 의원들과 더 친했습니다.
문재인 캠프에도 초창기부터 합류한 것도 아니고 계속 도와달라고 하니까 늦게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문재인 캠프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게 되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도 열심히 세웠습니다.
일 중독이니까요...
가만히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대부분 홍종학 의원이 19대 국회때부터 추진한 정책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일정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는 것이었죠. 홍종학이 만든 공약입니다
홍종학 의원실에서 만든 총선 홍보영상이 그 증거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홍종학 의원은 또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저도 한 자리 주세요'하는 캐릭터가 절대로 아니거든요.
그러다가 대선 끝나고 6개월만에 다시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로 소환된 것입니다.
홍종학에게 돌 던지는 분들~
그러지 마세요~
이재용이 5조원 상속받으면서 상속세 16억원 냈습니다.
홍종학이 32억 상속받으면서 상속세 10억원 냈습니다.
부자인게 죄인가요? 탈세가 죄죠.
홍종학 스펙에 그정도 재산으로 골프 치러 안 다니고 경실련 활동했면 착한거 아닌가요?
본인이 부자면서 자유한국당 가서 부자 감세 정책 안 만들고 민주당 와서 부자 증세 정책 만들었다면 훌륭한거 아닌가요?
부자이면서 사회주의적 사고를 하는 지식인을 비아냥 거릴 때 '강남좌파'라고 하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계급의 이해관계에 얽메이지 않고 다른 계급을 위한 주장을 하는 것이 바로 ‘정의’입니다.
※ 추신
홍종학 의원이 장관이 되면 중소기업벤처부 공무원들은 각오하세요~
뺀돌뺀돌 농뗑이 치다가는 다 아작납니다.
군대 다시 간다고 마음 먹으세요.
그냥 군대 아닙니다. 특전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