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남아 여행을 좋아하는 징어중에 한 명이에요.
많은 동남아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나름다닌다고 다닌 것 같아요.
그런데 여행을 가면 갈수록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죄송함?이 스물스물 생겨서, 몇 년전 부모님과 첫 해외여행을 떠났고 최근에는 1년에 한번씩 추진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부모님이 세상 행복해 하는 모습을 여행가서 봤거든요.
부모님이랑 첫 해외여행지를 고민하시는 글들이 종종 보이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몇 자를 적어봅니다.
단, 저는 동남아를 주로 다녔기 때문에 내용도 동남아 위주입니다.
1. 패키지? 자여유행?
물론 케바케이지만, 저는 자유여행을 좋아합니다.
패키지의 경우 내가 일정을 계획하지 않아도 되고, 숙소&항공&교통&식사 걱정할 일이 없죠.
하지만 가이드를 잘못 만나거나, 다른 일행이 늦는다거나 하는 우리 가족이 아닌 타인의 문제로 인해서 여행 기분이 상한다거나,
원하는 걸 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걸 원치 않아서에요.
부모님 컨디션이 어떨지 모르고, 가족 중 누가 아플수도 있고,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대체하고 싶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우리가족끼리만 지내고 싶어서 저는 자유여행을 좋아해요.
일정 짤 시간이 없다, 정해진대로 움직여도 상관없고 타인과 같이 여행해도 괜찮다 -> 패키지
우리가족끼리만 여행하고 싶다, 일정이 자유로운 것이 좋다 -> 자유여행
*그리고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이 금액이 더 나옵니다. 간혹 자유여행이 더 저렴하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 훨~씬 많아요^^
2.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요?
첫 여행지의 경우 가장 많이 고민하시는데, 가장 좋은 여행지는 단연코 다녀온 여행지가 아닐까 싶어요.
본인이 다녀온 여행지의 경우 돈도 아깝고, 또 가기 싫기도 하고 기왕 가는 거 새로운 곳을 가고 싶은 마음은 잘 알지만,
다녀온 여행지의 경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대비하기도 쉽고, 계획이 틀어졌을 때 플랜B를 생각해 내기도 쉽죠!
여행경험이 이럴 때 발휘됩니다.
하지만 본인도 여행 경험이 없을 때 지극히 개인적으로 추천드린다면, (정말 완전 개취입니다)
괌, 태국, 보라카이, 싱가폴 정도가 되겠네요.
1) 괌
괌과 사이판 중에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사이판보다는 괌이 훨씬 좋았고, 액티비티도 괌이 좀 더 다양했던 기억이 있어요.
장점이라면, 괌에서는 심심치 않게 한국말이 들리고, 호텔이든 식당이든 부모님도 어렵지 않게 한국분들이랑 대화를 할 수 있고, 직원들도 다양한 한국어를 구사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님들이 많이 불안해하지 않고 좀 더 여유롭게 즐기셨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한국분들이 많을 때 더 안정감을 느끼셨거든요.
비가 와도 금방 그치고 무엇보다 공기가 굉장히 상쾌해서 좋았어요.
그리고 물이 굉장히 얕고 맑아요.
그래서 겁이 많은 엄마도 물놀이가 가능했고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정말 추천합니다.
단점이라면, 호텔이 저렴하지 않은 편이고 음식이 가격에 비해 맛이 없어요.
대신 미국령이라 그런지 향신료가 심하지 않아서 민감하신 아빠도 음식은 잘 드셨어요.
가족여행으로 많이 가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잔뜩 경험하실 수 있어요.
2) 태국
태국은 나라가 커서 푸켓을 가야 할지, 방콕을 가야 할지 많이 고민하시는데 제 추천은 방콕-파타야 일정이에요.
방콕의 경우 주요 관광지와 이쁜 카페들, 식당들 그리고 잘 되어 있는 쇼핑센터, 재래시장들을 둘러보시는 일정으로 잡고, 파타야로 이동해서 좀 쉬는 일정으로 잡는 걸 추천합니다.
단, 파타야의 경우 파타야 중심지는 밤에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민망한 상황들이 많이 연출돼요.
그래서 파타야는 중심지가 아닌 완전 시골로 들어가서 자전거도 타시고, 로컬식당들도 가시고,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일정이 좋은 것 같아요.
장점이라면, 굉장히 저렴한 물가가 단연! 호텔도 저렴, 식당도 저렴합니다.
물론 한국분들이 많이 가시는 곳이나, 블로그에 많이 올라와 있는 유명 레스토랑들은 한국 저리가라 할 정도로 비싼 금액을 자랑하지만
다양한 식당들이 있는 나라에서 굳이 그렇게 비싸고 좋은 식당들이 아니여도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들이 정말 많아요!
정말 많이 활용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사지!!
정말 하루에 세 번씩 받아도 좋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 훌륭한 마사지사들이 많아요.
전신마사지 한번, 돌아다니다 발 마사지 한 번, 잠들기 전에 호텔 근처에서 발 마사지 한 번 더!
이렇게 하루 세 번씩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부모님도 마사지를 정말 좋아하셨어요.
호텔이 굉장히 저렴해서 많은 분들이 여러 군데를 나눠서 숙박하시는데,
일정이 일주일 이상으로 길지 않다면 부모님과 함께 할 때는 한 곳에서 숙박하는 게 좋아요.
짐을 싸고 푸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체크인/체크아웃 시간 맞춰서 뭘 한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랍니다.
단점이라면, 단연 향신료겠죠? 아빠가 거의 음식을 드실 수가 없었...
한국에서 음식을 좀 가져가기도 하고, 한국음식을 파는 곳을 가거나 향신료가 심하지 않은 곳 위주로 많이 다녔어요.
파타야에서는 룸서비스 음식도 굉장히 저렴해서, 룸서비스로도 많이 시켜 먹었던 것 같아요.
또 아무래도 조금 방심하면 사기꾼들..에게 걸려들 수 있으니 택시를 이용하시거나 관광지를 가실 때 주요 카페 등을 통해 조심해야 할 점을 명심하시고 가시면 미리 사기꾼들을 방지할 수 있어요.
3) 보라카이
저희 가족의 첫 여행지였어요. 그래서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던 여행지네요.
장점이라면, 여기도 음식이 저렴한 편이죠. 물가 자체가 비싼 편은 아니지만 요즘은 좀 올랐더라구요 ^^;
세계3대비치라는 화이트비치, 끝내주는 석양을 즐길 수 있고 보라카이 섬 자체가 크지 않아서
하루면 부모님도 자유롭게 산책하시면서 돌아다니실 수 있어요.
실제로 저희 아빠는 하루만에 적응 완료, 새벽에 혼자 산책나가셔서 아빠 찾느라 놀랐던 기억이 ^^;;;
렌트나 택시가 필요하지 않아요. 음식도 저렴한 편이고 한국식당도 있어서 괜찮았어요.
그리고 역시 마사지! 보라카이에서도 마사지는 원 없이 한 것 같아요.
단점이라면, 생각보다 호텔은 저렴하지 않고 그냥저냥 중간은 하는 것 같아요.
관광지로 많이 알려져서 그런지 삐끼(?)들이 너무 많아요. 정신사나울 정도... 요즘은 더 심해졌다고 하는데, 어떤지 모르겠어요.
보라카이로 가기까지 여정이 너무 힘들죠.
비행기 4시간 타고, 다시 자동차로 2시간, 내려서 배 타고 다시 트라이시클 타고 호텔까지.
그날 하루는 그냥 이동하느라 다 소진한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집으로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해변을 보면 그 힘듦이 싹 가시기도 하죠~
3. 일정은 어떻게 짜나요?
우선 부모님 성향을 아는 게 중요해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내가 놀러가는게 아니고 부모님과 함께한다는 사실이에요.
기왕 가는 여행이니까 나도 하고 싶은 거, 내가 먹고 싶은 것도 자꾸 챙기게 되는데 사실 그렇게 되면 여행 계획이 엉키기 쉬워요.
그러니 모든 걸 부모님 위주로 하는 게 좋아요.
부모님이 뭘 좋아하는지, 뭘 무서워하는지, 평소 여행 취향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 게 참 중요해요.
참고로 저희 부모님은 물을 무서워하셨고, 아빠는 향신료에 취약하셨어요. (모두 여행 가서 알게 된 사실ㅠ)
부모님 성향만 알게 되면 일정짜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래도 어렵다면, 나는 상사와 여행 간다고 생각하고 일정을 계획해보세요. ㅋㅋㅋ 그럼 싸울 일도 안 생김...
1) 첫째날!
첫째날은 여행으로 피곤하니 마사지, 저녁식사, 괜찮은 술집에서 술 한잔 정도로 마무리 하면 좋아요.
생각보다 첫째날 부모님이 굉장히 피곤해하시고, 여행을 준비한 우리도 피곤합니다.
저녁식사 장소도 찾기 애매하시다면, 보통 동남아는 쇼가 동반된 저녁식사들을 많이 하니 그런 곳으로 잡는 것도 좋아요.
2) 둘째날부터~
둘째날부터는 액티비티를 하루에 한 개씩 넣어주면 좋습니다.
욕심내서 액티비티 2개씩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급격히 피곤해하시는 부모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요.
오전에 액티비티 + 오후에 휴식, 식사 및 쇼핑 혹은 수영장물놀이
오전에 수영장 물놀이 + 오후에 휴식, 액티비티
이런 정도가 딱 좋았어요.
*액티비티는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도 액티비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3) 마지막날!
마지막날은 비행기 시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과 함께 할 때는 밤비행기를 타지 않아요.
저 조차도 너무 힘든데 부모님은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서, 금액이 조금 더 나가더라도 오후시간대 비행기를 많이 탑니다.
만약, 비행기 시간이 오후일 경우
오전에 충분히 쉬어주고 괜찮은 곳에서 식사 한 후 비행기를 타러 가거나
오전에 마사지를 받고 공항에 가서 라운지에서 식사하시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일정짜기가 어렵다면, 각 나라별로 있는 네이*나 다* 카페 등을 적극 활용해보세요.
여행후기만 몇 개 읽어도 대충 감이 옵니다.
4. 공항 이용
1) 콜밴을 활용해보세요.
온 가족이 집에서 같이 출발하게 될 경우, 요즘은 버스리무진도 잘 되어 있고 지하철도 잘 되어 있지만 저는 콜밴을 추천해요.
성인 4명정도면 콜밴이나 버스리무진이나 가격이 비슷할 때도 있고, 콜밴이 더 저렴할 때도 있는데
콜밴은 집 앞까지 오고, 짐도 넣어주시고, 공항까지 한번에 가니까 부모님이랑 여행할 때 정말 좋았어요.
(*가격은 동네에 따라 다르니, 인터넷에 공항 콜밴 검색해서 확인해보시면 대략적인 금액 알 수 있어요)
2) 공항라운지를 적극 활용해보세요.
공항라운지는 물론 PP카드가 있어야 하지만, 알아보면 가족카드까지 되고 연회비도 저렴한 카드들이 있어요.
카드 하나 만들어서 라운지 2번만 가도 연회비가 쌤쌤!
라운지에서 식사도 하고, 다른 라운지로 이동해서 부모님은 비행 전까지 쉬기도 하고~
우리는 편안히 면세점 물품 찾고! 일석이조!
저는 보통 라운지 2개를 돌아요. 처음 라운지에서는 식사, 두 번째 라운지에서는 휴식을 ^^
5. 주의사항(?)
주의사항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부모님과의 여행에서 싸움은 정말 ...
생각보다 자주 싸우고, 성질내고, 여행 망치는 일들이 많아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내가 다 알아서 계획한건데!!! 여기 들인 돈이 얼만데!!!
라는 생각에 부모님에 잘 따라와주지 않거나 불만을 토로하면
확~ 열이 나고 성질이 나고 욱 하고, 그러다 싸움이 되고 모든게 엉망진창이 되는 건 순간이죠 ㅠ_ㅠ
화내지 말아요~ 우리는 여행을 간 거잖아요.
너무 어렵다면, 상사와 여행 갔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화낼 수 없을 거예요. ㅠ_ㅠ
순간의 화가, 엄청난 후회를 몰고 온 답니다.
조금 섭섭해도, 조금 짜증나도 한 템포만 쉬어서 생각하고 잠깐 부모님과 떨어져있고(ㅠ_ㅠ) 부모님께 자유시간을 드리고
틈틈히 본인도 쉬어야 해요. (진짜 중요! 쉬어요!)
부모님께 산책할 여유를 드리고, 본인은 좀 쉬세요.
저는 방을 따로 잡고 (커넥팅룸으로 잡지도 않아요. 그냥 바로 옆방 정도로만 합니다.)
각자 휴식을 취할 시간은 충분히 가졌어요.
부모님도 카페 같은데 모셔다 드리면 자유시간을 즐길 줄 아시니, 호텔 카페나 룸에서 각자 쉬자고 하고 서로 쉬는 시간을 챙기세요.
덤으로, 여행 할 때 부모님 동영상을 간간히 찍어두세요. 정말 강추합니다.
부모님이랑 여행하면서 느꼈던 걸 그냥 쭉 생각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적었는데
첫 여행하시는 모든 징어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