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커플친구와 함께 더블데이트를 하기 위해 놀이공원으로 놀러갔을 때
너는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았다. 나도 연애한다고, 나도 달콤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다르게
난 그날따라 왜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서 곤드레만드레 취했던건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내게 실망한 너의 눈빛과 말투를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 너는 급속도로 연락을 뜸하게 했고, 하루에 2번이면 많이 한거였다.
전화는 바라지도 않았다. 안부를 물어주면 다행이었다.
내가 실망시켰던 건 생각도 않고
'나는 왜 행복한 연애를 못하는거지, 이 새끼도 똑같은 남자구나. 속았어'
외로웠고 슬펐고 나란 존재에 대해 회의감까지 들었다.
3월의 첫째주, 화이트데이가 1주일 남았고, 너의 생일 열흘 전
밤 열한시에 너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가 만나는 건 맞는거야? 날 좋아하는 감정이 남아있긴해 ?"
그래도 좋아해주는 감정이 남아있길 바랬는데 너의 대답은 실망스럽기 짝이없었다.
"나도 이젠 모르겠다 널 왜 만나는건지"
뒷통수를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이 새끼도 결국 남자구나,
어렵게 마음주고 몸까지 줬건만 떠나는구나 아빠 말처럼 남자는 다 늑대였구나.
"그래 그만하자. 기대에 채워주지 못해 미안해"
그렇게 어이없이 문자이별을 했다. 내가 차이기 싫어서 먼저 그만하자고 했다.
자존심을 잃는 게 싫었다. 난 그날 밤 잠을 자지 못했고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주제에 펑펑 울었다.
같이 근무하는 시간대였는데 너는 시간대를 옮겼고 우리는 마주칠 일이 없었지만 내가 견딜 수가 없어 1달을 버티다 결국 다른 지점으로 옮겼다.
헤어짐의 후폭풍은 무섭게 내 마음을 갉아먹어 식이장애까지 겪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야 하는데, 내가 다른 누구를 만나고 있을 때에도
너에 대한 죄책감이 쌓여만 가고 사라지지 않았다.
꿈에서까지 나타나 상냥한 미소를 남기고 사라지면 난 그날 무척 괴로웠다.
왜 못되게 했을까, 사랑을 아끼지 말고 그냥 나도 베풀걸, 뭣하러 아꼈을까..
너에게 남은 죄책감이 그렇게 6년이 흘렀다.
헤어진 후 6년이 지난 어느 날 너는 또 꿈속에 나타났다.
반갑고 미안한 감정에 너를 끌어안고
"이거 꿈 아니지? 그치?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는거지?"
그 친구는 멋진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응"
이 꿈을 마지막으로 그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꿈을 뒤로 희한하게 그 친구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이 덜어졌다.
가끔 그 친구가 사는 동네를 지나가게 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둘러보긴 하지만 역시나 마주친 적 없었다.
꼭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9년 전의 나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만날 때는 그저 그런 연애라 생각했는데,
헤어지고 돌아보니 나도 너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사랑했었다.
내게 사랑한단 말을 아끼지 않고 표현할 줄 아는 너를 만나서 행복했었다.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의 내가, 그 때의 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