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유기견 카페에서 안락사 기한 하루전인 말티 시추 믹스견인 우리 미래를 보았을 때 내가 아니면 이 애는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차를 내고 데리러간 날 사진보다 앙상하고 오랫동안 떠돈 행색이 역력한, 고약한 냄새도 났던 아이.
그 냄새가 다 빠진 한달여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내 방 밖으로 나올수 있었던 미래.
이름없는 유기견 출신에 임보를 생각하고 데려온터라 너의 미래엔 좋은 일만 있으라고, 미래엔 행복하라며 지어준 그 이름으로 나와, 우리 가족과 9년을 함께 했다.
추정나이 5세. 유전질환 있음. 시추와 말티즈의 종특성상의 단점질환을 모두 가지고 있던 미래가 만성 신부전과 고혈압, 심장판막 이상 및 만성 중이염 그리고 이른 백내장까지.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은 강제 단골이된 나에게 항상 진료비를 디씨해주었지만 지속적인 치료비는 결국 내가 결혼할때 받은 귀금속과 아이의 돌반지를 팔아야 할 지경이 되었고 그게 아깝다는 생각보단 조금만 더, 덜 아프게, 같이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만성적 중이염을 극복 못한 미래는 결국 작년 고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권하면서도 선생님은 미래가 그닥 건간한 개는 아니었다는 점, 오랜 항생제 및 면역 억제제 복용으로 수술 예후가 안좋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 주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했다.
조금만 더. 덜 아프도록.
미래의 시력은 점점 떨어져 보이지 않고 귀는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안구의 이상을 느낀것은 3개월전의 일로 오래 백내장을 앓아온 개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로서 미래는 유전적 심장 질환, 만성 신부전 및 고혈압, 백내장에 녹내장까지.
조금만 더. 덜 아프도록.
내 노력이 부족했던걸까. 아니면 그냥 세월의 흐름을 원망해야 할까.
안압은 안정이 되지 않고 녹내장의 합병증인 포도상구균 감염성 출혈로 안구에 혈액이 차오르기 시작한것이 3일전.
오늘 수의사는 내게 안구 적출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제는 걷는 것조차 버거워해 웨건에 태워 이동하는 늙은개를 보며 그 오랜 투병 생활에도, 그 험난했던 여정에도 흘리지 않던 눈물이 흐르는건 어쩔 수가 없다.
분명 미래는 내 인생의 마지막 반려견이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되지만 과연 미래에게 나는 좋은 주인, 가족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