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어젯밤 꾼 꿈에 대한 기록을 해두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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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서울에 왔고 우리는 신촌로터리를 걸어다녔다.
군중 속을 걸으며 어느새 우리는 둘이 아니라 셋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아닌, 한 여자는 그의 애인이라고 했다.
우리 셋은 신촌로터리의 떡볶이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사먹었고 어느덧 그녀와 난 매우 친해져 있었다.
우린 바쁘게 어딜 가야 했고, 시간이 없던 터라 그는 급히 무언가를 사러 샵에 들르기로 했고
그녀와 난 이야기...주로 그에 관한 얘기를 하며 거리를 걸었다.
볼일을 마친 그가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난 옆에서 듣고 있었는데 전화를 끊은 그녀가 급히 서둘렀다.
오빠가 볼일을 다 마쳤는데, 오빠는 기다리는 걸 싫어한다며 빨리 그가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나 역시 짜증이 잦은 그의 성격을 알기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머뭇거리는 사이 그녀는 급히 그 넓은 차로를 건너가버렸는데, 미쳐 건너편에 도착하기도 전에
왼쪽에서 오는 시내버스에 정면으로 부딪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처참한 광경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뒤를 돌아서서 한참을 기다렸다 용기를 내어 그녀가 쓰러진 길을 돌아보았다.
그 곳엔 이미 흰 자루에 그녀가 담겨 누워있었고, 군중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고, 큰 길 한복판에 외롭게 그녀는 누워있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며 그에게 전화를 했다.
"오빠, 큰일났어. 얼른 이쪽으로 와. 어디야?"
그렇게 말하곤 그 로터리에서 난 하염없이 그를 기다렸다.
오랫동안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며...
이상한 기분인 것은, 생각보다 많이 떨리지도, 무섭지도 않고 약간의 담담한 마음이 들었다.
연적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어쩄든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길 위에서 꿈이 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