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게 눈팅만 하다가 처음 글 써보네요 ㅎㅎ 그냥 주절주절 쓰는 글이에요:)
다이어트를 두번 했었어요. 기간도 비슷하게 두달반에서 세달 정도..
162에 48까지 뺐었고 원래는 보통, 사람에 따라선 통통으로 봤는데 왜 이렇게 말랐냐 소리까지 들었어요.
첫번째는 원래 세끼 먹다가 두끼로 줄였어요.
이땐 아침 먹는 거 자체가 부담됐었지만 가족이랑 식사하는거라서 억지로 밥을 밀어넣었기 때문에 나름 잘 적응했어요.
두번째는 두끼는 그대로 먹었는데 보통 밥 그릇보다 1/2 넘게 작은 밥 그릇에다 밥을 가득 담아서 난 밥 넘치게 먹는 중이다..하면서 최면 걸면서 먹었구요.. 아 그리고 식단일기도 매일 썼었어요. 근데 쓸수록 욕심이 나서 더 적게 먹고 더 적게 써야지 했었어요.
운동은 거의 매일 했어요.
아침마다 나가서 빨리걷기도 하고 매일 스쿼트도 하고 복근운동도 하고 옆구리 스트레칭도 틈틈히 해주고
피곤해도 꼬박꼬박 하고 잤어요.
근데 먹을 거에서 무너졌어요. 제가 먹는 걸 워낙 좋아하고 배고프면 음식이 계속 생각나고 못 먹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면종류(스파게티,라면,쌀국수 등)는 대부분 환장하고 떡볶이나 피자 같은 음식은 주기적으로 생각나요.
특히 밀가루는 양에 비해 배가 빨리 꺼지고 살 빼는데는 쥐약이라는 말에 무조건 참다가
약속있을 때 한번씩 터져서 막 먹고 또 참고 그랬어요.
참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전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게 제일 문제였어요.
우울해지거나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면 거의 강박적으로 '뭔가를 먹어야돼'하는 일차원적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요.
그땐 뭔가 홀리듯 주방쪽으로 걸어가거나 슈퍼에 가서 뭘 사와요.
찬찬히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사고 회로가 그 순간만 일시적으로 정지된 기분이에요.
그러다 배불리 먹고 정신이 들면 후회하고 기분 나쁘고..
웬만큼 뺐다 싶을 때 안심하고 어느 순간 조금씩 양을 늘려 먹다가 한순간 빵 터져서 막 먹고 결국 운동도 그만두고 포기했어요.
처음엔 조금만 먹고 운동 더 해야지 하다가 안일해져서 이거 더 먹어도 운동 1시간 더하면 되잖아
이렇게 운동으로 커버하려는 못된 마음 때문에 두세시간씩 미친듯이 유산소 운동하고 또 근력운동하고
그러다 제 몸이 견뎌내지 못할 때 손을 놓아버린거에요.
이렇게 보면 심리적인 부분에 식이장애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혼자 밥먹을 때가 대부분인데 그럴 땐 아무리 맛있는 걸 먹어도 먹었다는 기분이 안 들고 계속 허하고 밥먹은지 2시간도 안되서 또 뭘 찾게 되고
배가 많이 부르다는 느낌이 들어서야 숟가락을 내려놓게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약속을 잡아서 밥을 먹게 되면
조금만 먹어도 배불러요. 혼자 먹을 때의 양보다 절반가량만 먹어도요.
그사람과 얘기하고 밥먹고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마음이 충족되서 그런 것 같아요.
특히 두번째 다이어트에선 더 강박적으로, 더 힘들게 했던 터라
다시 마음먹고 시작하려고 해도 두려워요.
그때 무리하게 운동했던 것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릎이 아프고 그랬던 기억이 나고
결국 모든 걸 포기했을 때 비참하고 그럼에도 뭘 계속 먹을 수밖에 없던 한심한 제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계속 생각나고
두번이나 처참히 실패하고 요요가 왔는데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거라던데 내가 날 조절하면서 평생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 때문에 자신도 없고 확신이 서질 않아요.
지금도 나름 조절한다고는 하지만 기분따라 마음대로 먹는 제가 너무 싫거든요.
한끼 먹을 때도 있고 두끼 먹을 때도 밥을 불규칙적으로 먹고 여기저기 군살도 많이 쪘어요.
그냥 반쯤 포기상태에요. 언젠가 맘 단단히 잡고 해야 되는데... 내가 할 수나 있을까 의문만 들고..
무엇보다 제일 힘들었던 건 제 조급한 마음과 자기비하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던 거였어요.
다이어트할 땐 몸무게를 재는 것보다 눈바디라고 하죠? 거울로 내 몸을 구석구석 보면서 계속 체크하고 확인하는 거.
다이어트하면서 제 몸을 더 구석구석 보게 되니까 뱃살, 허벅지 살, 팔뚝 살이 그렇게나 미워보이더라구요.
계속 주물럭거리면서 이거 언제 빠질까 자괴감 들고 보기 싫고 더 강도 높게 운동하게 되고 그러다 심적으로 지치고...
원래는 그래 이정도 빠지는 거면 처음 상태보단 훨씬 낫지! 조금만 더 꾸준히 하면 되겠다
하는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한데, 어떤 상태여도 나 자체로 예쁘다 괜찮다 해야되는데
자기비하만 하게 되고 긍정적인 마인드 컨트롤은 쉽지 않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다이어트 할 땐 무엇보다 내 본래의 자존감이 참 중요하더라구요.
다이어트를 하면서 제 자신을 더 잘 알게 된 점도 있어요.
목표를 위해선 스스로를 닦달하고 강박적으로 가둬두면서까지 괴롭힐 수 있었던 사람이었구나.
내 생각보다 난 훨씬 자존감이 부족하고 부정적이구나.
다이어트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네요.
스스로를 매섭게 몰아붙이다가 결국 또 실패하고 처참히 무너질까봐... 내 자신을 미워하는 그 지옥같은 시간을 또 겪어야 할까봐요.
다른 게 지옥이 아니더라구요.
다게엔 즐겁고 행복하게 다이어트 하는 분들이 계시겠죠?
저도 맛있게 먹고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이어트하고 싶네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