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오유에 가입했다가 탈퇴했다가 이명박근혜 때문에 가입했다가 문재인 당선돼서 탈퇴했다가 또 얼마 전에 가입한 우유부단한 오징어입니다.
이제는 글 쓰지 말고 조용히 댓글만 달면서 살아야지 다짐했는데 한마디 하고 싶어서 못참고 이렇게 또 글을 씁니다.
시민참여단이 신고리 5, 6호기 공사 재개를 59.5%로 찬성했습니다.
사실 이것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걱정하시는 분도 많을 것 같지만.
이미 고리 단지에는 고리 1, 2, 3, 4호기, 신고리 1, 2, 3호기가 돌아가고 있고 이 중에 1호기는 정지, 4, 5, 6호기가 건설 중입니다.
다시 말해 이미 고리 단지에는 6개의 원전이 돌아가고 있고 여기에 3개가 더 추가됩니다.
이것만으로 원전 밀집도는 세계 최대 수준이고 주변 인구 또한 최대 세계 수준입니다.
까고 말해서 6개 터지나 9개 터지나 다 죽는 건 50보 100보라는 거죠.
반대로 그러면 3개 원전을 지으면 전기세가 더 낮아질 것인가?
그것 또한 저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국내 전력 사용량 통계를 살펴보면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어도 산업용이 약 55%, 상업용이 30%, 가정용이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즉 전기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정에서 싸게 전기를 사용할 가능성보다 산업, 상업 육성용으로 더욱 싸게 전기를 팔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재개하든 재개하지 않든 일장일단이 있고 무조건 건설 중단, 무조건 건설 재개라는 건 옳지 않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시민참여단의 숙고 민주주의라는 장소에 맡겼던 거겠죠.
그럼 별것 아닌 이런 일에 왜 제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가?
이 문제는 실리의 문제에서 보면 일장일단이 있는 문제지만, 가치의 문제에 있어 우리가 무슨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신고리 5, 6호기 폐기의 가치는 '안전'입니다. 반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의 가치는 '자본'입니다.
건설 재개의 가장 중요한 주장 근거 중 하나는 '폐기 시 1,000억의 손해'라는 캐치프라이즈였던 것 같더군요.
거기에 원전이 얼마나 안전한지, 진도 6 이상의 지진에도 안전하다든가, 쓰나미에도 안전하다든가, 그런 말을 했겠죠.
저는 이 선택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세월호가 생각났습니다.
세월호 또한 안전 보다는 수익을 우선시하여 위험을 감수하고 배를 개조했다가 난 사고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전 대통령님의 잃어버린 7시간+30분의 문제가 추가됩니다만, 전 이 두 문제(즉 자본주의의 문제와 안전문제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방임 문제)를 양갈래로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는 온갖 선택의 가로에 섰을 때 두 가치를 양쪽 저울에 달고 결정하곤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오로지 성장만을 보면서, 그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하면서 거기에 투표했죠.
세월호 사건은 그런 가치관에 경종을 울린 사건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치관은 계속해서 안전보다는 성장, 아니 그 무엇보다 성장이 중요하다는 가치관에 머물러 있는 것 같군요.
그런 단편이 보여서 왠지 씁쓸하고 슬픈 오후입니다.
ps.
물론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건 아닙니다.
장기적 탈원전에는 다수가 찬성했고, 건설 재개도 6대 4로 꽤 비등한 차이였으니까요.
옛날에 비하면 굉장한 발전이죠.
다만 20, 30대의 찬성률이 꽤 높다는 건 놀랍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