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언니가 뇌종양으로 첫 수술후 7년이 지났고 그사이 아이가 둘 태어났어요
그때는 현대의학이 발달해서 완치 된 줄 알았는데 작년에 재발해서 또 수술했고 얼마전 또다시 재발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느낌이 뭔가 이상했어요
전화로 재발 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언니가 오래 살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서야 뇌종양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니 첫수술부터 이미 5년에서 10년으로 여명이 정해져 있었던 건데 제가 모르고 있었던 거었어요
작년수술에서 조직검사로 신경교종이 나왔고 기대수명이 18~24개월이었습니다
작년 1월이였으니 이미 다다른거죠
마지막 함암인 아바스틴 이라는 주사만 남은 상황인데 주사는 2주에 한번씩 약 150만원 가량 들고 계속 맞다가 더이상 효과가 없으면 방법이 딱히 없는 상황이에요
의사가 지난주 형부에게 6개월을 예상한다고 했어요
형부는 지난 재수술부터 언니가 오래 못살거란걸 알고 있었는데 의사가 수술들어가는 언니를 보며 형부에게 애들이 몇살이죠? 하고 묻길레 3살 5살입니다 하고 답했더니 에휴.. 애들 초등학교까진 버텨야 할텐데... 하더랍니다
그때 예상했던거죠
문제는 형부가 언니에게도 저희 가족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아서 저희는 평소와 다름없이 언니에게 잔소리도하고 신경질도 내면서 살아왔었거든요
만약 언니가 삶의 마지막에 다다랐을때 그제서야 제가 이사실을 알았다면 어쩌면 전 형부를 용서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전 그동안 언니가 하자고 하는걸 다 안했기 때문입니다
사주팔자 사주팔자 노래를 불렀지만 난 그딴거 안믿는다며 가지 않았고 콜라겐가루니 뭐니 다 소용없어 보였고 아이에게 영어를 시키자는둥 뭔가 다 관심없고 귀찮은 것만 권유해서 다 싫다고 했었거든요
이제서야 언니가 하자고하면 그래 하자 하고 사주도 보고 콜라겐도 먹어주고... 참 나 그게 뭐 어려운거라고 지금까지 못해줬는지....
이렇게 좋아하는데...ㅋ
지난주에는 왕복 3시간 반 걸려 언니 아이 어린이집에서 운동회 하는걸 사진으로 찍어주고 왔어요
언니가 아이들 행사에 참여하는게 왠지 마지막일 것 같아서요
언니는 현재 자기 상태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어요
언니가 아바스틴 주사 다음에 뭐하냐고 물으면 뭐 재수술하던가 다른 약을 쓰던가 하면서 얼머무리고 있어요
언니는 지금도 쾌활하고 낙천적인데 사실 내면은 굉장히 심약합니다
많이 울고 화도 안으로 쌓아두는 스타일이에요
형부는 이런 마음약한 언니가 알아서 좋을게 없다는 입장이고
저는 매일매일 애들에게 영상도 남기고 유언도 남기고 하고싶은거 다 할 수 있는 시간들을 뺏어선 안된다는 입장이에요
언니 사망보험금으로 미리 땡겨 해외여행이나 호화로운 생활 맛보기 등을 할 수 있지 않느냐 했더니 보험 약관이 올해 바껴서 올해 이후 사망시 100만원 받는데요
말이 되는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은 가족 셋을 위해 다 쓸 수는 없겠죠
그래도 전 하루 빨리 언니가 알았으면 좋겠고 형부는 죽는 순간까지 알리지 않을 생각이에요
만약 본인이 시한부 입장이라면 모르는게 좋을지 동생입장이라면 언니에게 알릴건지 현명한 방법을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