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 주 정도 전이었나 봅니다.
남한강에 캠핑을 끝내고 귀갓길에 좀 멀리 돌아 음성의 계곡지를 찾았습니다.
늦게 출발했더니 몇 군데 돌아 볼 여유도 없이 도착하고 보니, 전체 수면이 개구리밥으로 덮였네요.
제방 건너 산쪽으론 앉을 자리가 없겠군요.
길이 있는 좌안이고,
저 위 상류쪽에 마름으로 덮힌 곳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마름을 벽으로 삼아 구멍을 내면 개구리밥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겠다 싶어,
마름밭에 앉기로 합니다.
해지기 직전까지 마름에 다섯개의 구멍을 내고 찌를 내리는데...
아뿔싸,
족히 2미터를 훌쩍 넘는 수심을 보입니다.
이미 어두워진 상태에 자리를 옮기기엔 마름과 개구리밥과 씨름한 노력이 아까워 밤을 지새워 보지만,
깔끔하게 꽝 소리를 내고 귀가합니다. ㅎㅎ
그 다음 주,
추석 연휴의 시작 무렵에 청미천을 먼저 찾았군요.
이 날은 동행이 있어 나란히 자리를 했지만, 밤새 잔챙이 성화에 두손 들고 아침이 밝기를 기다려 자리를 옮기기로 합니다.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
아무래도 이 긴 연휴에 저수지를 찾는 이들이 많을 것 같아 좀 이상한 결론을 내립니다.
남들이 안가는, 버려진 저수지를 가보자...
고민은 길었지만 이동은 금방이군요.
이런 저런 이유로 저수지를 말려 버리고 공사를 한 지 채 일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이 너른 저수지에 한 두 마리 덩어리라도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로 생자리를 파봅니다.
마침 항아리 모양으로 듬성히 줄풀이 나 있는 곳이 눈에 띄어 앞을 가로막은 얇은 벽을 쳐내니 꽤 마음에 드는 자리가 만들어 집니다.
한바땅 땀을 쏟고 나서 별 기대도 없이 옥수수 한 알을 끼워 둔 짧은 대의 찌가 벌러덩 자빠지는군요.
???
채비가 수초에 걸렸었나??
멍한 사이에 두 개의 찌가 춤을 춥니다.
아니, 물 채운 지 일년도 안됐다는데 이렇게 잔챙이가 많을리가?
그렇게 뜻하지 않은 마릿수에 밤새 눈이 즐거운 낚시를 하게 되었군요.
입질이 깔끔하지 못한 점이 아쉽긴 하지만,
별 기대 없이 한 두 번 정도의 입질만이라도 괜찮겠다 싶었던 곳에서 이런 케미의 쇼를 보게 되다니요.
대략 50수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조금 의아한 건 6~7치가 주종이었다는 거지요.
물 채운 지 1년도 안 된 곳에서 이렇게 붕어들이 자랐다니...
이리저리 찾아 봤던 정보들이 잘못된 건가 싶기도 하고, 어찌됐던 오랜만에 눈과 몸이 즐거운 낚시였군요.
그와중에 두어 수는 제법 괜찮았던 것 같아 아침에 자를 꺼내 들어 봅니다.
잘 우기면 월척이라 할 수 있겠군요.ㅎㅎㅎ
밤새 좁은 살림망에서 스트레스가 컸을텐데, 이제서야 이렇게 제 자리로 돌려 보냅니다.
지난 번에 이어 두번째 버려진 저수지를 찾아 가는 낚시로 얻어 낸 의외의 결과에 조금은 뿌듯한 조행길이 되었군요.
추석을 본가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해서 다시 들렀지만,
4~5치의 그야말로 1년생이 채 되지 않는 녀석들만 잔뜩 만났네요.
마침 지나시던 농부님의 말씀을 들으니 지난 해 물을 빼고 준설을 했다고 하는군요.
내후년 쯤 다시 찾아볼까 합니다.
그 때 까지 지저분한 '꾼'들에게 훼손되지 않고 잘 지켜지길...
이제 가을 걷이가 한창입니다.
농부님들의 근심도 크다 하니 모쪼록 서로 조심하는 조행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