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만난지 딱 40일 되는 고등학생 커플입니다.
여자친구는 참 착하고,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입니다.
다툼 없이, 큰 서운함 없이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서로 잘 보듬어 주면서,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어제 여자친구의 집 앞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무거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언니의 수능 점수로 인해서 무거워진 집안 분위기, 무거워진 집안 분위기로 인한 스트레스.
그런 상황에서의 여친의 일탈.
어쩌다가 집에 있는 술을 접하게 되었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낀 후
그 뒤로 기분이 너무 안 좋을때 가끔씩 친구들이랑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총 네번 정도)
물론 기분이 안 좋아질때 풀기 위한 용도로 술을 사용하는 것은
술에 대한 의존도만 높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점점 의존도가 높아지면 나중에는 중독까지 이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걱정은 많이 되었지만,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이야기는 너무 듣기 고통스러웠습니다.
위에 말했던 것처럼 여자친구에게는 저번년도에 수능을 잘 치지 못해서 재수하는 언니가 있습니다.
수능 성적표 발표날. 아버지께 언니는 크게 혼났고, 집안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한 문자를 제 여자친구가 보게 되었는데.
그 문자에는 수능을 못본 언니에 대한 욕이 쓰여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여자친구는 매우 충격을 받아서 이 사람이 내 아빠가 맞고, 나는 아빠의 자식이 맞는가? 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 후 제 여자친구는 극심한 화를 느끼거나 매우 우울할때 자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손목 위를 그 자국이 위로 몇개나 이어지는걸 느꼈습니다.
물론 여자친구가 가볍게, 또 장난스럽게 이야기 했지만, 그 속에는 제가 가늠하지 못할정도의 힘듦이 느껴졌습니다.
너무 충격 받아서 어찌 할 바를 몰라, 울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힘든 일, 화나는 일이 있거나 우울해질때 나에게 말해달라고,
무슨일이 있던지 바로 가겠다고, 그리고 고민이 있으면 들어주겠다고, 그 고민을 나눌때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여자친구는 여기서 약속할 수 없다고, 내가 여기서 약속하면 거짓말이 될 것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제가 계속 설득해 여자친구가 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불안합니다. 또, 여자친구가 너무 안쓰럽습니다.
시간이 늦어 헤어지고 난 뒤 집에가는 차 안에서 메세지로 자해 자국 때문에 많이 마음 아팠지만
그 자국 때문에 절대로 너를 향한 마음이 변한다거나, 너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나는 항상 너의 편이고, 무슨 일이 있든지 너의 곁에 있겠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 줬습니다.
그 후로는 일상적인 메세지가 오가는 중입니다.
너무 후회가 됩니다.
왜 같이 있었을 때 내가 많이 사랑한다고 더 이야기하고, 너는 특별한 존재다라는걸 말해해주지 못했을까.
그 무덤덤했던 여친의 말 속에는 이제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몸부림이 서려있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또 이 일을 말하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요.
정말 도와주고 싶습니다.
내일은 정신과에 가서 혼자 상담을 받아 볼 예정입니다.
끊임없는 사랑 표현과 너는 너무 중요한 존재다라는걸 평소에 자주 말해주지만
이번에는 너무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여자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너무 고민입니다.
사귀는 관계를 떠나 인간대 인간으로서도 너무 중요한 일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