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 와서 자취를 한지 1년째... 한번도 고향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살이 엄~청 쪘거든요.
집에서 유일하게 살찌는 체질인 저는 어릴 때부터 살좀 빼라, 그만 좀 먹어라 라는 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같이 외식할때도 먹다 말고 접시째로 뺏기고, 같이 빵집을 가면 저는 빵을 고를수도 없고 사온 건 먹을 수도 없고, 제가 다같이 먹자고 먹을 걸 사오기라도 하면 "너는 이런거 좋아하니까 그렇게 살이 찌는거야" 란 말을 꼭 들어야하고.. 이러다보니 부모님 눈을 피해서 사온 과자나 콜라를 입에 마구 쑤셔박고 나중에 손가락 넣어서 토하는 짓을 엄청나게 반복했습니다.
그러다가 일 때문에 타지로 오게 됐는데, 이때 확 고삐가 풀려버렸어요... 부모님 잔소리가 사라지니 매일같이 야식에 술에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들도 접해보고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고..
정신을 차려보니 20키로나 쪄버렸습니다. 그 다음엔 살을 빼야지 빼야지 하면서도 5키로 감량후엔 너무 힘들단 핑계로 설렁설렁
그리곤 고향을 찾아가질 못하고 있네요.... 엄마아빠 마주치자마자 살 얘기부터 할게 뻔하고 한순간도 저를 가만 놔두지 않을게 너무 눈에 선해서요.. 특히 나이가 나이다보니 시집 안가냐는 얘기도 나올텐데 ㅠ
가족들 얼굴이 보고싶긴 하지만 너무 무섭습니다. 거울만 보면 살찐 얼굴에 팔뚝이랑 옆구리 튀어나온 살에...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보면 눈물만 나네요.
11월에 고향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집에도 찾아가겠다고 연락도 했지만, 하루하루 날짜가 다가오는게 너무 무서워요.... 가족들 만나자마자 심한 말 듣고 도망나오게 되는건 아닌지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