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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넘치는 아버지
게시물ID : boast_174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콩아짐
추천 : 4
조회수 : 7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10 15:37:23
2016년 4월에 쓴 글입니다.
 
http://blog.naver.com/arttopic  <- 아버지 작품 블로그입니다.
 
올해 74세 되시는 아부지는 그림그리는 일을 평생 하셨어요. (요즘으로 치면 비정규직이에요.)
재능이 있으셨지만 가난해서 독학을 하셨고 먹고 살기 위해 상업미술을 하다보니 돈벌이가 들쭉날쭉.. 어떤날은 붓터치 하나하나가 다 돈으로 보이셨지만 이 악물고 가족을 위해 견뎌오셨습니다.
성격 급하시고 귀가 얇으셔서 이것 저것 사업도 해보시다가 빚만 지고(엄마가 보험설계사 하시면서 다 갚으셨어요).. 그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시는걸 보고 자라서인지 우리 남매는 철이 일찍 들었던것 같슴다.
건물 조감도로 시작해서 한때 유행했던 예식장 벽화하다가 동양화와 서예로 지금은 서울시 공무원 인재개발원과 종암동 아파트 주민센터에 강의도 나가신답니다.
매일 꾸준히 강의에 쓰일 자료 준비하시고 그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으십니다. 책도 저보다 많이 읽으시네요.
작은 체구에 식탐이 강해서 풍만한 뱃살을 자랑하시지만 거의 매일 거르지않고 걷기운동과 자전거타기를 실천하시지요.
가끔 욱하는 성격이신데 맛있는 음식을 드시면 또 금방 풀어지셔서 허허 웃으세요.
가족끼리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가리는거 없이 다 잘 드시지만 꼭~~다 드시고나서 한마디 하세요. "비싸기만하고 맛은 별로네"
예약하고 모시고 갔던 울 오라버니는 속으로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ㅡㅡ;;
감정표현이 풍부하셔서 슬픈 영화나 다큐를 보면 눈물도 잘 흘리시고 개그프로를 보면 거실이 떠나가게 박장대소를 하십니다.
스마트폰 쓰신지는 이제 3년쯤 되시는데 간단한 인터넷 검색이나 카톡 보내기는 이제 잘 하시네요. (엄마는 돈아깝다고 새로운 문물에 관심이 없으신데 아부지는 돈만 많았다면 얼리어답터가 되시고도 남을 호기심쟁이에요)
엄마는 주로 살림을 쌓아놓고 아끼고 안쓰자주의라면 아부지는 새로운 물건을 참 좋아하십니다.
주말마다 쓰레기 분리수거할때 뭔가 버리면서 쾌감(?)을 느끼시는것 같슴다. (엄마는 못버리게하고.. 종종 다투세요)
집근처 경동시장에서 약재류와 먹을거리들을 한아름 사오실때면 한껏 들떠 계십니다. "오늘 이거 해먹자~!!" 하시며..
(단점은 그렇게 잔뜩 사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존재를 잊어버린다는거... 결국 썩어서 버리고 또 사오시고..ㅜㅜ)
그래도 가끔 삘 받으시면 집안 대청소를 하시는데 꼼꼼하게 잘 하시거든요. 깨끗해진 집을 보면 정말 기분 상쾌합니다.
너무 열정적으로 하시면 몸살나실까봐 걱정되기도...ㅎㅎ;;
식탐만큼 요리는 잘 못하시는데 그래도 엄마가 안챙겨주시면 알아서 맛있게 잘 해서 드시네요.
(몸 불편한 제가 부엌에 서있는게 신경쓰여서인지 정말 아부지 취향이 아닌건지 제가 해드린건 잘 안드세요..ㅜㅜ)
여행가는것도 참 좋아하셔요.이제 연세가 있으시니 운전도 힘드실텐데 귀찮다는 엄마를 끌고 올 여름에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십니다. 언젠가 캠핑카를 직접 만드신다는 원대한 꿈은 가족들이 말리고 있습니다.;;(직접 만드는거 불법 아닌지?)

울아부지를 보면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듯 하지만 실상은 제가 아부지 눈엔 철부지 자식이겠죠.
얼마전에 부모님 건강검진 결과.. 이번에도 약간의 고혈압 빼고는 두분 다 건강하셔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매일 저녁시간에 일일드라마를 보시며 엄마랑 고스톱 치고 주무시는 평화로운 일상이 언제까지나 계속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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