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한국에 살지도 않고 트위터도 안하고 포럼 활동은 오유와 레딧이 전부인 사람이라 이곳 게시판에 공공의적으로 치부되는 한국 페미니스트에 관해서 무지하기 때문에 딱히 변호하거나 공격할 생각도 없습니다.
사실 페미니즘에 관하여 정식으로 배운적도 없고 기껏해야 책 몇권읽은게 전부이지만 전 제가 페미니스트라 생각합니다.
제가 페미니스트인 이유는 남여평등은 인권의 지극히 기초적인 기반이지만, 현 사회에서, 한국이든 제가사는 미국이든, 아직까지 성별에 의한 차별과 굴레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페미니스트는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이론이 아니고, 남성들 또한 성차별에서 해방되어야 하는,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저는 여성이고, 남성의 여성에 대한 배려(혹은 호의)를 받으려 노력해본적도 없고, 또 받으면 정중히 거절합니다.
나는 동등한 인간인데 성별에 의해 약자취급하는게 싫기때문입니다. 한동안 야외암벽타기를 취미로 했는데, 배낭이 매우 무거운 취미라 (약 15~20키로), 많은 여성분들이 같은 취미의 남성을 남친삼으며 자신의 짐을 넘기는걸 보며, 또 저에게 배낭들기 힘드니까 남친을 사귀라는 조언을 하여서 굉장히 열받았습니다. ㅅ.ㅂ 자신의 짐을 들 힘도 없으면 딴 취미를 찾아야 하는거 아닌가, 그럴때만 연약한 여자놀이하는거 굉장히 싫어합니다. 한편으로는 동등한 대우를 바라면서 자기에게 이득일때만 약자놀이를 하는것은 제가보기에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시선을 갖게 된 여성들을 이해를 하기도 합니다. 저또한 여자는 너무 근육키우면 여성스럽지 못하여 시집못간다는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고, 종아리가 굵어질까봐 축구를 못하게 한 부모님이 계십니다. 제가 어릴적 영화나 드라마속 여성은 늘 약한 존재였습니다. 꺄악 소리지르면 타잔이 구해주고 제임스본드가 구해주고.. 이 게시판에서 여성소방관/여성경찰/여군에게 동등한 체력테스트를 요구하는 남성분들중 근육이 우락부락한 여성분이 이상형이신분 계신가요? 여자는 약하다는 혹은 약해야 한다는 문화에 의한 반복된 세뇌교육을 받고 자랐는데, 저처럼 그걸 극구거부한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그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걸 이해합니다. 이해한다는건 수용한다는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면 인내심을 갖고 바꾸어나갈수 있을까요?
저도 가끔 하이힐과 미니스커트를 신지만은 하이힐, 미니스커트를 보면 정말 여성의 행동을 제압하는 기구에요. 그것들을 입고/신고서는 달리지도 못하고 행동반경이 억제되어 제가 연약해진 기분이 듭니다. 태권도 검은띠가 있어도 소용없고 거리에서 누가 위헙이라도 가하면 꼼짝없이 당할것 같거든요. 잡아채기 좋은 긴 머리, 매끈하고 날씬한 몸매 등 여성에게 이쁜것들은 왜 저흴 육체적으로 약하게 만들까요. 미의 기준은 문화적 변화가 있는것인데 유독히 여성의 미의 기준만 이꼴일까요.. 여성을 보기좋은 장신구 취급하는 남성주의적 문화적 산물일까요, 아니면 여성들이 스스로 남성을 착취하려고 만든 문화일까요.
앞서 말했지만 성차별이 여성에게만 불평등한게 아니란걸 인지합니다. 아직도 남성에게 부당한 재정적 짐이 지워지고, 이혼하면 친부권이 불리하고, 남자가 아이를 보면 한심한 눈빛으로 보는 문화가 있으니까요.
또한 저는 한국에서 성평등이 이루어지려면 군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군문제 뿐만 아니라 가정역할이 제대로 분담되려면 8주이상의 육아휴직이 남성에게 의무적으로 행사되도록 법적제도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참 힘든 세상입니다. 하지만 내가 제일 힘든것 같으니까 다른사람의 고통은 무시해도 되는건 아닙니다. 서로 다독여주고, 이해해주고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면 참 좋지 않겠습니까.
일베가 날뛸때도 일베몰이를 싫어했고 (국정원의 공작이 드러나며 시선이 조금 바뀌었지만) 지금의 메갈몰이, 트페몰이도 솔직히 싫습니다. 물론 한남몰이, 된장녀몰이도 싫죠.
왜 싫냐하면은, 네이밍을 하고 몰이를 하면 대화가 단절되기 때문입니다. 다들 힘든점이 있으니 극단적으로 변화한것이고, 그들의 행동을 비난할 지언정 이해를 멈추면 안됩니다. 극단의 해결책은 또다른 극단이 아닌, 대화입니다. 대화가 단절되고 혐오만이 남으면은 정치세력에 의해 이용당하기가 쉬워집니다. 남여는 적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얻을것도 잃을것도 없지만, 오유의 양극화가 안타까워서 써봅니다. 건설적 비판을 하지 말라는것이 아닙니다. 다만 군게가 적으로 보는 페미니스트들이, 적이 아닌, 서로 이해하고 다독여서 함께 나아가야할 사람들일수도 있다는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