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 방구석 히키코모리, 회색빛 삶, 생각 없이 사는 식충이
제 스스로 저를 표현했던 말들 입니다.
어린시절 외모로 깊은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성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더더욱 방구석에서 나오지 않았고 꾸미는 것 조차 포기해버린 저는 다음 생을 기약 했습니다.
올 해 2월 어찌하다 그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생각하는 가치관, 취미, 성격 등이 정말 비슷했습니다. 마치 거울을 앞에 두고 대화하는 기분이였습니다.
우연찮게 서로 연락처를 알게되었고 그렇게 6월까지 서로 일상을 공유하고 토닥이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둘이 만나던 그날
그 하루만큼은 너무나도 재밌었고, 즐거워서 아직까지 가끔 생각하며 지냅니다.
그즈음 저는 그동안 저를 옭아매 답답하게 만들었던 지방을 벗겨내려 다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그저 살이 쪄서 옷이 안 맞는다는 거였지만 핑계였고 사실은 그 친구에게 괜시리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다시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막연한 두려움, 공포 때문에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친구를 이성으로 보는 순간 이 즐거운 하루마저 없어질까 두려워 섣부르게 다가가지 못하였습니다.
눈치라도 챈건지 먼저 연락해주고 만나자 제안을 해준건 그 친구 였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둘이 영화도 보고 놀러도 가고 서점도 다니면서 재밌게 놀았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무섭더군요.
항상 집 밖으로 나가면서 만남을 가지기전 되뇌이며 이동했습니다.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저 좋은 친구다'
무언가 의미를 두는 순간 그간 해왔던 말과 행동들이 덧 없어 질까봐 자기방어를 하였습니다.
저번 달 9월 중순쯤해서 그 친구는 저에게 먼저 연락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게 됩니다.
속은 탔지만, 어쩔 수 없다 스스로 최면을 걸며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을 정말 많이 하였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더군요.
그 친구가 다른 이성과 웃으며 노는 모습을 몇 번 보았을 때 이상하게 동요가 많이 일었습니다. 후에 생각하니 질투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인정하였습니다 . 그 친구를 내가 좋아하고 있단 것을. 참 재미없게 살던 제가 질투도 해보고. 참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저번주..
그 친구는 저의 첫 연인이 되어주었습니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많이 떨렸습니다. 스에상에..
첫 연애라서 많이 떨리고 무섭습니다.
이 관계가 어떻게 끝이날지 짐작도 되지 않아 걱정이 태산입니다.
하지만 노력하려 합니다. 어깨피고 당당해지려 그간 간도 안 보던 겉모습도 가꿀 것 입니다. 놓았던 공부도 하고.
다음주에 기부하려 기르던 머리를 자르려합니다. 아쉽게도 기르기전 머리를 한 번 염색해서 기준 통과가 되지않네요..
회색팔레트에 형형색색 물감이 들어왔으니 같이 무지개 한 번 그리려합니다. 이 행복이 오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