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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과 31아빠의 식탁: 일상의 비일상화
게시물ID : cook_2123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uhuhimo
추천 : 25
조회수 : 2299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7/10/09 16: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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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토쿄에서 초1을 키우는 31살 아빠입니다.

그간 찍어온 음식 사진을 몇개 또 올리면서 맘을 다잡아 봅니다.

이번엔 약간 "하이브리드(건성건성)" 한 방식으로 만든 식사가 조금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야채를 데칠경우 끓는 물이 아니라 랩을 씌워 전자렌지에 돌려버린다던지,

중화요리에 쓰이는 소스는, 기본 소스를 이용해서 직접 만드는게 아니라, 만들어져 있는 소스를 쓴다던지...

아니면 사이드메뉴에 냉동식품을 조금 사용한다던지...뭐 그런 식이죠...

들어가는 수고에 비해 그다지 결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귀찮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해오고 있습니다ㅎㅎ

아무튼 사진 몇개와 오랜만에 건성건성 레시피를 첨부해 봅니다ㅎ



1.롤 오코노미야키
2017-10-07-18-36-09.jpg
-> 
그냥 전을 부치는것 처럼 만드는 오코노미야키는 좀 번거로웠습니다.
그래서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넣고, 얇게 썰어진 샤부샤부용 되지고기로 말아준다음 후라이펜에 굽습니다.
접시에 적당히 놓고, 그 위에 오코노미야키 소스와 마요네즈, 카츠오부시를 넣으면 완성. 날계란의 노른자를 찍어먹어도 맛있습니다!

2. 아들이 만들어준 아스파라거스 튀김과 간장치킨
20170926_181447.jpg

2017-10-07-18-34-20.jpg

->
아들은 아스파라거스를 정말 좋아합니다. 오늘은 직접 튀김옷을 입혀서 튀기는것 까지(물론 저의 감독하에) 성공했습니다ㅎ
간장치킨은 최대한 간소하게 만들었습니다. 
비닐봉지에 닭고기를 넣고 청주와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음, 그 안에 간장1:미린1, 전분(혹은 밀가루)를 적당량 넣고 사정없이 주무릅니다.
그리고 튀겨주면 끝!

3. 소스를 사서 만든 회과육
2017-10-07-18-31-40.jpg
-> 일본에서는 굉장히 일반적인 중화요리 회과육.
소스를 팝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야채(저는 양배추, 당근, 피망, 대파, 양파)를 넣고 볶다가 고기를 넣고 회과육 소스를 넣으면 끝!

4.전자렌지로 만든 되지고기 말이
2017-10-07-18-33-32.jpg
-> 후라이팬은 쓰지 않는 요리ㅎ
얇게 썰어진 삼겹살에 콩나물(숙주)를 넣고 돌돌 말아줍니다.
접시에 잘 놓은후에 그 위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주고, 청주를 한스푼 뿌려줍니다.
그리고 랩을 씌워 전자렌지에 2분정도.
그 위에 간장소스(간장1, 미린1, 청주1, 설탕1, 채썰은 파 등등)을 뿌려주면 완성!

5. 결국엔 FM대로 오코노미야키
2017-09-18-13-27-47.jpg
->"어째서 평범한 오코노미야키가 아닌거야" 라는 아들의 항의에 못이겨 그냥 평범한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었습니다.
재료는 똑같고, 시중에 "오코노미야키 가루(부침가루 같은)"를 팔기에 그걸로 기지를 만들어서 굽습니다.ㅎ




음....사실 아이와 함께 (혹은 혼자)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서 사진 찍기 시작한지 거의 2년이 다되어 갑니다.

이제 아이에게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아빠의 모습은 그저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있겠죠.

또 그런 아빠를 도와주거나, 혹은 그런 아빠에게  "이런 메뉴는 싫어" "이걸 넣어서 만들어줘" 와 같은 요구도 아이에겐 일상적인 일이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참 아쉽게도, 그리고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처음 저녁을 만들고, 처음 아들이 저를 도와줬던 그때의 그 감정은 쉽사리 느끼기 어려워 졌습니다.

비일상의 일상화...라고나 할까요.

아이를 키우는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도 이러한 "일상화"에 기인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할것 없는 어제와같은 오늘, 그리고 내일...


하지만, 가끔 잠들어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직 애기 같네...근데 많이도 자랐네.."

"아...오늘의 이 아이를, 내일은 더이상 만날 수 없구나." 하고요.


진부하게 일상화 되어있는 저녁식사 안에도,  사실 일상적이지 않은  "비일상"이 꽤나 숨겨져 있음을 느낍니다.

아이가 밥먹는 속도, 먹는 양, 능숙해진 젓가락질, 알아보는 재료들, 많아지는 요구들...

대화의 주제들, 내용들은 또 어떻구요.


그 하나하나가 실은 굉장히 "비일상적인" 일들 이라는 것.

그 일들은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스쳐지나가는 일들 이라는 것. 

그리고, 눈앞의 이 아이도 결국 저의 삶의 한 "순간"으로서 스쳐지나간다는 것.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지금 이 "일상적인" 나날이 한없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마 살아가면서 겪는 많은 일들도 이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커나갑니다ㅎ


오늘도 모두 맛있는 저녁식사 하시길 바라면서 줄이겠습니다.
출처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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