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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pros and cons
게시물ID : readers_299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avus
추천 : 2
조회수 : 5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05 23:04:50
태백산맥 4권 말미까지 읽은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간략히 정리해 보는 pros and cons. 

pros.
1. 토지가 해방 되는 순간 끝나는 반면, 태백산맥은 해방 이후의 시대 배경을 다루고 있어서 근대사 이해에 큰 도움을 줌. 
제주 4.3 항쟁, 여순 사건 등등... 
토지를 통해서 독립운동을 하시던 분들이 공산주의와 많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 발견을 했다면, 태백산맥을 통해서는 왜 공산주의여야만 했는가를 이해하게 됨. 경제적으로는 공산주의, 맑시즘, 정치적으로는 민족주의... 이런 것들이 왜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 이슈가 되었는지 이해 됨. 
이승만은... 정말 대책이 없는 인간.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인간이었음을 깨달음. 
아이러니하게도 태백산맥에 등장하지도 않는 박정희란 인물에 대해 이해가 됨. 염상진이라는 인물과 주변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 이제까지는 지나쳤던 사범학교 출신, 남로당 활동을 했다는 점이 인간으로써의 박정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라는 걸 알게 됨. 
그리고 보릿고개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묘사하는 서술을 읽으며, 왜 만날 어르신들이 박정희를 보릿고개 없애줬다며, 맹목적으로 찬양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됨. 보릿고개라는 말은.. 너무나 순화된, 사치스러울 정도로 감상적 단어임. 그 현실은 단어가 대변하지 못할 만큼 참혹했음. 
그리고 일본은 정말...... 나쁜 놈들임.. 인천여아살인사건보다 훨씬 더 잔인한 짓거리들을 우리 조상들에게 했음. 치가 떨림. 
그 밖에 왜 지금 교회가 반공주의, 보수화가 되었는지 이런 점들이나 사소한 현대 한국의 모순점들의 기원을 엿보기 좋음.

2. 재밌음. 시간날 때마다 꺼내서 읽기 부담없음. 
시대 상황에 대한 묘사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치가 기본적인 얼개라서 흥미진진한 서술이 많음. 

3. 친구랑 대화할 때 책 이야기가 아닌데, 책 이야기를 할 수 있음.
근대 한국의 모습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이야기로 썰 풀면서 이야기 나누기 좋음. 


cons.
1. 사투리 때문에 읽기 어려움. 
전라도 사투리가 너무 심해서 사전 찾아서 읽어야 할 정도. 인물들 간의 토속적 대화는 처음에 80프로 정도만 알아먹음. 사투리 진입 장벽이 토지보다 훨씬 높은 듯. 누가 표준어로 많이 번역하고 사투리 좀 적게 넣어서 개정판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랄 정도. 

2. 공산주의에 대한 불편한 감정, 혹은 애잔한 정서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공산주의자들, 혹은 빨갱이들에 대한 서술은 정말 멋있고, 개연성 있고, 논리적임. 특히 주인공 격인 염상진이라는 인물은 풍채도 훤하고, 똑똑하고, 전략적이고, 용맹하기까지 함. 그러나 그 서술과는 상반되게, 너무 이상주의자처럼 느껴져 불쌍하고, 애잔한 정서가 느껴짐. 쉽게 말해 책이 서술하는 흐름, 이끄는 정서에 백프로 몰입은 어려움. 게다가 이승만 정권을 괴뢰정부라고까지 하는 서술은, 왜 이 책이 군대에서 불온서적으로 취급받는지 이해가 될 정도. 

3. 성행위에 대한 불필요할 정도로 적나라한 묘사와 남성주의적 시각
읽는 독자인 본인이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성행위에 대한 묘사는 심하게 자세함. 게다가 쓰여진 시대가 과거여서 그런지.. 너무나 남성 편향적 시각에서 성행위와 여성들이 묘사가 됨. 만약 본인이 여성이라면 너무 불편해 못 읽겠다고 느낄 수준..... 게다가 여성상들이 하나 같이.. 좀.. 현대적 여성 묘사와는 거리가 먼 수동적인 모습임.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그런 틀에 갇혀 있음. (일단 4권까지는... 가장 적극적인 인물인 이지숙조차.. 한계가 명확히 보이는 서술) 


총평:
전라도 사투리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성인 독자에게 권장할 만한 책. (전라도 사투리에 능통해도 사전을 찾아봐야 할 것임.)
위에 언급한 cons들을 조금만 너그럽게 봐줄 수 있는 독자라면, 읽어봄직함. 
왜냐면 pros 1번이 너무나 큼. 한국사 검정시험을 볼 예정인 수험생들은 근대사 너무 머리 아파 못 외우겠다 하면, 머리 식힐 겸 정말 읽을 만한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서술을 100프로 맹신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조금 두고 읽으면 정말 얻을 게 많은 소설이라고 생각함. 
문체는 토지가 몇 수 위일지 모르나, 역사적 상황 전개나 캐릭터들은 태백산맥이 더 생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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