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필요한 몇가지 물품을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새로산 신랑차를 운전해 보고 싶었다. 운전연습도 겸하여서였다. 초보운전 이긴 하지만 늘 타던 차와는 느낌이 달라 나는 내 차로 운전하는게 익숙해서인지 편하다는 그냥 별것없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길을 나섰다.
도로는 한적했고 몇대의 차만이 스쳐 지나갔다. 한참을 달리던 중 시야에 하얀물체가 들어왔고 부딧히지 않으려 우측으로 핸들을 꺽었다. 눈처럼 하얀 털에 황갈색 무늬가 드문드문 있는 고양이가 모로 누워있었다. 생명이 다한듯 움직임은 없었지만 눈에 띄는 외상과 출혈은 없었다.
운전을 배운지 두달남짓. 세번째 목격한 로드킬 이었다. 처음은 때늦은 여름휴가를 가던 8월 마지막주 즈음.. 경주의 외곽도로 였고 그날도 그 도로위에는 고양이 한마리가 피흘리며 누워있었다.
마침 신랑이 운전대를 건네받아 운전중이어서 구청에 전화해 위치를 알렸다. 곧 사채를 수습하러 온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무수히 많은 차들이 지나가는 외곽도로위 고양이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 언니는 보기도 싫고 생각하기도 싫다며 외면했고 엄마는 창밖넘어 푸른하늘만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
차안에 적막하고 무거운 공기가 순식간에 꽉 차올랐다. 나는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니 아줌마 다 됐나봐. 오지랖이 생겼어. 예전같았으면 언니가 전화하고 그랬을텐데.. "하며 주저리주저리 맥락없는 말을 해댔다. 한참을 모두가 무거운 숨만 내쉬는 침묵만 흘렀다.
그때 일이 번뜩 떠올라 신랑에게 구청에 전화를 걸어 달라고 부탁하니 집에 도착하면 하자며 나를 다독였다. 처음 운전해보는 차라 걱정이 되는 마음이라 그런거 같았다.
그래.. 집에 다와가니 도착하면 연락해야지. 다짐하며 집으로 왔다. 식료품들을 전처리 하고 딸아이 목욕을 시키고 대충 어질러진 집안 청소를 끝내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어섰다.
뒤늦게 도로위 고양이 생각이 떠올랐다. 차들이 수십번은 넘게 지나쳤을 텐데.. 치이고 치여 이미 형체조차 없어진건 아닐까..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가 얹히는 느낌이다.
고작 이런일이 내 일상이 우선순위가 되어 한 생명이 가는 길을 배웅해 주지 못함이 통탄스럽다. 한심하다.미안하다..
다음세상에는 고단한 길 위의 고양이로 태어나지 말기를. 추위도 더위도 배고픔도 아픔도 없는 곳에서 태어나 행복하기를..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나는 이렇게 나마 너에게 위로를 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