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쪽 바닷가에서 난 남편은
미국 중에서도 내륙의 중심부에 사는 주제에 해물을 사랑합니다.
올 여름이 가기 전에 물회를 먹겠다는 다짐은
애낳고 이가 시려 찬물도 못 마시는 마누라 때문에
태평양 너머로 사라지나 했더니
9월말에 30도가 넘는
때늦은 인디언 썸머 덕분에 이루어졌습니다.
광어 회떠다 물냉면 육수에
온갖 야채 채썰어 넣고 초고추장 두 바퀴 두르니
아쉬운 대로 내륙 스타일 물회가 완성되었네요.
야무지게 먹고 나니 물냉면 사리가 남았습니다.
버리면 아까우니
작년에 열무 냉면해먹는다고 마누라가 쟁여놓고 까먹은
냉면 육수를 냉동실에서 발굴합니다.
텃밭에서 끝물로 나온
고추, 깻잎, 무순 등의 짜투리 야채도 마음대로 고명으로 얹습니다.
차가운 음식만 먹으면 서운하니
첫째 도시락으로 싸주려고 사둔 만두도 대엿개 굽습니다.
편하게 먹어라.
나 좀 봐 달라는 건 아니고...
라는 표정으로 막내가 또 뚫어져라 쳐다보네요.
이제는 작은 시선도
반찬쯤으로 생각하고 나름 느긋하게 먹습니다.
셋 중 둘은 학교가니
오늘이 공휴일인 것처럼 느껴지고 감사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