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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냥이) 앞에서 울어본 적 있나요?
게시물ID : animal_1882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을빛강물
추천 : 11
조회수 : 1678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7/09/28 0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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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십년째 강아지 키우고 있습니당 ㅎㅎ
요즘 심란한 일이 있어서 잠을 못 이루다가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에 울었어요. 마침 혼자 있어서 눈치 안 보고 막 엉엉 울었어욬ㅋㅋㅋ
근데 돼지처럼 누워서 자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제 머리맡에 와서 가만히 앉아서 절 쳐다보더라구요.
달래주는 것도 아니고 토닥거려주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응시하는데
엉엉 울면서도 어둠속에서 까맣게 빛나는 단춧구멍 세개가 너무 귀여워서 심쿵했네요.
오래 키워보면 얘가 무슨 생각하는지 대충 알잖아요. 나한테 무슨말 하고 싶은지도 대충 알겠고.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까?'
뭔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조용히 옆에서 바라봐주는데 가족이나 친구한테처럼 구구절절 속사정 얘기 안 해도 되서 편하기도 하고 참 이상하게 위로가 됐어요.
울다가울다가 속으로 웃음이 터져서 눈물 그치고 잠깨워서 미안하다고 얼른 자자고 쓰다듬었는데
한동안 계속 절 빤히 쳐다봤어요. 훌쩍거림이 완전 그친 다음에야 자더라구요.
무엇보다 제 얼굴을 이렇게 오랫동안 바라봐준 적이 없었거든요. 너무 신기했어요.
원래 강아지들 다 이러나요?
같이 잘 때 강아지 얼굴 보면서 자고 싶어서 배게 옆에 뉘여도 끝까지 제 얼굴 보면서 안 자요. 고집이 보통 아니에요
이건 저 뿐만 아니라 가족들한테도 다 마찬가지에요.
자기 엉덩이를 내 얼굴 쪽으로 해서 발밑쪽에서 항상 자요. 사람 숨소리나 콧바람이 강아지 코나 귀에 닿으면 예민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 숨소리만 살짝 스쳐도 약간 신경쓰인다는 듯이 귀를 팔랑팔랑거려요.
내가 뭘 먹을 때나 침흘리면서 오래 바라보지 저랑 눈 마주쳐도 항상 피했어요.
제 얼굴이나 몸을 정면으로 오래 본적이 없고 항상 자기 엉덩이를 대고 누워있거나 옆쪽에서 엎드려있어요.
개는 정면으로 마주보는 걸 대립이라고 생각해서 불편해한다고 들었는데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정확한지 모르겠네요 ㅎㅎ
뭔가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고맙기도 하고 뭔가 미안하기도 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 그리고 예전에도 이런일 있었어요.
저도 어렸고 강아지도 세살쯤 됐었나. 친구 어머니가 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너무 촌스럽고 짧게 잘린거에요.
바리깡으로 뒷머리를 미는데도 소심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집에 와서 엉엉 우는데
강아지가 폴짝폴짝 뛰면서 하지말라는 듯이?? 눈물 핥아주기도 했어요.
나이먹어서 그런가. 대처방법도 달라지고ㅋㅋㅋ  
전 너무 신기한데 걱정할까봐 가족에게 말도 못하고 여기다 글 올려보네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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