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이 좀 길것 같습니다.
제 누나이야기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트위터를 달고살며 일본을 좋아하고 남는 시간 대부분을 파이널판타지14에 쏟아붓습니다. 알바를 하는 이유도 파이널 판타지 관련 굿즈나 팬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누나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든건 강남역 사건때 여험사건이냐 아니냐를 두고 싸운것 부터이고 오늘도 파판14 운영진 사태로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누나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머리가 복잡합니다.
누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책을 가까이 해서 주변 어른에게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랐으며 내성적인 사람이었고 중학교 때는 서울 코믹월드에 갈 만큼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 3년동안 기숙사에서 학교를 다니며 가족과 떨어져 지냈고 그 기간동안 힘든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학교 얘기를 할 때는 항상 등장하는 친구들이 있는것으로 보아 어느정도 맘이 통하는 친구도 있는것 같았지만 졸업한지 5년이 지난 지금은 아예 고등학교 친구들과 연락을 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남 부럽지 않은 수능성적으로 괜찮은 4년제 대학에 합격을 했지만 힘든 학교+자취생활에 지쳐 2년을 채 못다니고 휴학을 했습니다. 현재는 자퇴한 상태입니다.
휴학을 한 뒤부터는 온라인게임에 빠져살았습니다. 휴학을 한게 대충 3년 전 일입니다. 새벽4시까지 게임을 하고 1시에 일어났으며 왜 그렇게 늦게 자냐고 물어보면 잠이 안와서 늦게 잔다 하였습니다.
대학교 휴학신청서를 낼 때쯤 부터였을까요, 누나는 우울해 보였습니다. 게임을 할 때는 즐거워 했습니다. 보이스로 다른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웃었습니다. 하지만 엘리샤때부터 시작해서 채팅으로 다른 사람과 무척 많은 싸움을 했습니다. 누나는 웃으며 자기를 건드는 사람한테는 되갚아준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신 부모님은 누나를 많이 걱정했습니다. 너가 다른걸 찾으려는 노력도 안하면서 게임만 하고 있으니 엄마는 많이 불안하다. 걱정이 된다. 이 말은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그 말을 들은 누나는 짜증을 냅니다. 나도 내 나름대로 길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후 누나는 금속세공 학원에 다니게 됩니다. 물론 2개월 정도 다니고 그만두게 됩니다.
누나는 휴학 후1년을 끙끙 앓다가 2년 전에 3개월 정도 상담을 다녔습니다. 우울증 증세가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약을 매일 복용하고 있습니다.
누나는 "고정관념"이라는 키워드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웃자고 한 농담에도 정색을 하며 어떻게 그런것에 웃을 수 있냐고 말합니다. "너의 생각을 어디서 부터 고쳐줘야할지 모르겠다"며 무척 저를 무시합니다.
누나는 여전히 한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극성 메갈리안은 워마드로 넘어갔다면서 자기는 메갈리아는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는 맞다고 합니다.
저는 "그래도 한남이라는 단어는 많이 위험한 단어이니까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누나는 "김치녀, 된장녀 다 인터넷에서 쓰는 단어들 아니냐, 왜 남자는 돼고 여자는 안돼?" 라고 말합니다. 저는 "나나 아빠가 김치녀라고 하는거 봤어? 누나도 그런사람이랑 똑같이 되는거야"라고 했습니다. 이번엔 또 그게 아니라고 하며 대화가 끊깁니다.
자신이 느끼는 열등감을 표출할 곳이 없어서, 자신과 똑같은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였던 곳이 메갈리아여서, 자신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거기 있어서 페미니스트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분노와 열등감으로 가득 찬 페미니즘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