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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여포
게시물ID : humordata_17224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ena1
추천 : 18
조회수 : 2324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7/09/27 0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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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노래방 여포


정확한 상호명 짱노래방을 규정상 밝히기는 어려우니
ㅉ노래방이라고 칭하겠다. 

전국에 ㅉ노래방이 무수히 성업 중이지만 특히 우리가 가는 곳은
후미진 곳에 위치한 대신 가격을 후덜덜하게 후려친 곳이었다.

특히 무한 서비스가 이름 그대로 짱이었는데
노래방 기계가 이기는지 본인 성대가 버티는지 객기부리다 피를
토해 득음한 사람들이 연병장 세 바퀴는 줄 설 정도였다.

그 노래방의 VIP인 내 친구는 노래방 여포였다.
마치 방천화극처럼 마이크를 허리춤에 꽂고는 
종횡무진 우선예약버튼을 눌러댔다.

아마 데뷔 49년 차 조용필도 우선예약버튼을 누를때는 조용히 각을
보고 누를 것 같은데 이 놈의 거침없는 우선예약버튼질을 보고 있노
라면 술이 식기 전에 저놈의 목을 베고 싶을 지경이었다.

노래방 여포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노래를 잘하는 줄 안다는 것
이었다. 경기도 오산 같은 이 녀석의 착각을 저지하기 위해 따끔한
가창력을 선보여줘야 했지만 우린 모두 고만고만한 졸개일 뿐이었다.

고음 부심이 쩌는 노래방 여포의 괴성은 그 노래가 올라가긴 올라갔
는데 듣기에 너무도 흉악한 사자의 표효 같은 느낌이었다.

꾀꼬리 성대보다 연약한 우리의 염소 바이브레이션은 노래방 여포의
28데시벨에 태풍 속 조각배처럼 침몰할 뿐이었다.

어찌나 쩌렁쩌렁했던지 그의 십팔번 고해는 고해라기보단 고역에 가까
웠다. 어찌합니까라는 구절부터 저놈을 어찌해야하나 어쩔줄 몰랐다.

오늘밤 주인공이 자꾸 자기 자신이라는데 우린 조연으로도 만족하니까
방탄소년단 노래에 이거 방탄 유리야 드립은 자제해줬으면 했다.

굳이 쓸데없는 부분에서 디테일하기도 했다. 이적의 다해애앵이다아
라는 힘빠지는 가성을 지나가던 행인이 들었다면 다짜고짜 뛰쳐들어
와 괜찮냐고 안부를 걱정할 지경이었다. 

하늘을 달리다를 부르면서 테이블 위에서 막 달리는 시늉이 너무나
괴랄했는데 특히 '두다리 모두 녹아버린대도' 라는 구절에서 흐느적
녹아내리는 퍼포먼스를 할 때는 진심으로 다리를 두동강내고 싶었다.

노래방 여포가 부르는 윤종신의 좋니라는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노
라면 예의상 좋다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단호하게 좋지 않았다.

'좋니'라는 제목에서 '니'자를 떼버린 것과 같다는 것이
솔직한 내 점수였다.

지금도 저금통을 약탈하여 동전을 들고 다니며 그의 영토를 확장 중인데
전국 코인 노래방 사장님들에게 각별히 주의하시라고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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