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다 싼 건 맞지?”
미지의 언니, 예지가 다시 한 번 던진 물음 이었다. 동일한 질문이 벌써 열다섯 번째였다. 예지는 만사에 걱정이 많았다. 이것이 정도가 지나쳐서 반복적인 질문과 추궁으로 주변 사람들을 꽤나 힘들게 만들기 일쑤였다. 혈육인 미지라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옆을 지나쳐 가는 여행객들이 두 사람을 신기한 듯 흘끗 거렸다. 먼지 한 톨 보이지 않는 넓은 공항 한가운데서 여권을 든 여자와 추레한 옷차림의 여자가 말씨름을 하는 모양새가 확실히 흔하게 보이는 광경은 아니었다. 모자를 고쳐 쓴 미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서서히 올라오는 짜증을 애써 참으려는 의도였다.
“외국은 도둑이 그렇게 많다더라. 가방 꼭 앞으로 해서 다니고, 돈은 나눠서 소지하고, 또…” “좀 그만할 수 없어? 끝까지 이러지?”
그제서야 예지는 입을 다물었다. 주변이 꽤나 소란스러웠다.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입국장에서 사람들이 쏟아지듯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날카로운 정적이 흘렀다. 미지가 마른 세수를 하고서 입을 열었다.
“알겠어. 로밍은 하고,”
듣기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지가 예지의 입을 틀어막았다. 분주해진 공항 내부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기 시작했다. 이제 이동해야 된다는 신호였다. 미지가 대충 손을 흔들어 준 뒤 사람들이 몰린 곳으로 캐리어를 끌며 달려갔다. 예지는 인파 속으로 미지가 섞여 드는 모든 과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티켓 확인 줄이 사분의 삼 가량 사라졌을 때 그제서야 눈을 떼고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여전히 걸음마다 걱정과 묻지 못한 질문들이 꼬리를 문 채 그림자 마냥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예지가 게이트 바깥으로 나섰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항은 예지에 대해 관심도 없다는 듯 여전히 분주하고 소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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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문체를 평가받고 싶다 글 올렸었는데 고민하는 것 보다 이렇게 직접 보여드리는게 나을 것 같아 글 올립니다. 공게에 올렸던 글을 올릴까 싶다가 새로운 글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얼마 전 과제로 제출했던 글을 가져왔습니다. 제가 제 글을 보는건 자꾸 사심이 들어가서 쉽게 판단하게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