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글은 어느 게시판에 올려야하나 고민하다 잠시 두근!! 하는 감정을 느꼈으니 여기에 옮겨봅니다.
혹시 당신도 그런적 있는지...
무신경하게 스쳐지나가던 일상의 풍경이 어느날 느닷없이 설레게 다가오거나 이유도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뭔가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생기는 그런때 말입니다.
어제도 여느때와 같았다.
서울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자 가을볕에 슬쩍 졸음이 쏟아져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잠깐 졸았던 것 같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눈이 떠졌는데 마침 버스는 어느 정류장에 멈췄고 승객을 태우고있었다.
그때였다 한 여성분이 버스에 올랐고 그때부터 내 시선은 그분에 완전히 고정되어버린 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서른이 안됐을 것 같은 얼굴에 검고 긴 생머리가 가볍게 찰랑였다.
수수한 모양의 니트를 품이 넓어 하늘거리는 원피스 위에 받쳐입고 펀치토 플렛구두를 신은 모습이 청량해 보였는데 어째서인지 난 그분에게 시선이 고정되어진 채 눈을 뗄 수 없었다.
꼭 성시경의 노래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의 가사속에 등장하는 여자주인공 같았던 그녀가 버스에 올라 내 시선이 닿는 곳에 자리잡고 섰다.
사실 오고가는 버스나 길거리에서 눈이 저절로 돌아가는 미모의 여성분을 만나게되는 일이 특별한 건 아니다.
매일 버스를 타다보면 시선을 강제로 끌어당기는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분들이야 종종 볼 수 있고 난 그럴때마다 "오, 이쁘다..." 라는 생각을 한번 띄우고는 이내 관심이 사그라들어 내 하던일을 마저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어제 만났던 그분은 무언가 특별한 감정이 들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파스텔톤 하늘색 바탕에 분홍색 꽃무늬가 촌스럽지않게 깔려있던 그분의 원피스가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가볍게 하늘거렸는데 난 자꾸 그 하늘색이 눈에 밟혔다.
뭐랄까 딱히 대단하게 아름다운 외모는 아니었는데 보고있노라면 이상스레 포근한 기분과 함께 우리가 어디선가 만난적이 있었던 것 같은 그리운 기분이 떠나질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난 버스창가에 기대 창밖을 바라보는 척 그녀의 모습을 틈틈히 훔쳐보았다.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 관음증 환자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행여 그분의 시선이 내쪽을 향할 것 같으면 급히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 채 먼산을 바라보는 꼴이 영락없이 그랬다.
그녀의 하늘색 원피스...
연한 하늘색 위에 수 놓아진 분홍색 꽃들..
기시감이 느껴질 만큼 포근한 이 이상한 기분...
대체 뭘까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몇분이 지나서 나는 우연히 그녀를...
아니, 그녀의 파스텔톤 하늘색 원피스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기분이 어디에서 찾아오는 것인지 기억해내버렸다.
지난 봄에 어머니가 시장 장터에서 사오신 내 침대보와 베개보의 깔맞춤 원단과 똑같은 것이었다...
허구헌날 그 위에서 뒹굴었던 침대의 커버와 베개에 있던 무늬라서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졌었나보다.
그걸 깨닳고나니 허무했다.
이뻐보이던 침대보 원피스의 그녀도 그 뒤에 다시보니 별루더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