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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먹을 각오하고 올리는 아기 엄마 배려에대한 생각
게시물ID : wedlock_103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목요일오후
추천 : 44
조회수 : 3171회
댓글수 : 37개
등록시간 : 2017/09/19 21: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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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유 결게 뿐 아니라 기혼자들이 많은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소연 글 중에 하나가 첫 아기를 낳은 젊은 엄마들의 시댁식구들 방문에 대한 글입니다.
시어른들이 아기를 예뻐하시는 마음은 알겠지만 며느리는 너무 불편하니 제발 자주 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는게 대개의 내용이죠. 
그러면 보통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경우는 대체로 아기 엄마 편을 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기 엄마 배려해서 아기 봐주는건데 너무 예민하다, 자기 자식 예쁘다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이기적이다 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아기 첫 돌 전에는 가능한 한 엄마와 아기 단 둘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게 아기를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햄스터나 고양이가 새끼 낳고 날카로울때는 건드리지 않고 조심하는 사람들이 사람한테는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조카가, 손주가 예쁜 마음은 이해합니다. 저도 조카가 예쁘고, 현재 비글 상태인 아들들도 예쁜데 손주는 말 할 것도 없겠죠. 저도 아들만 둘이라 이 다음에 며느리 눈치 보는 시어머니가 되겠지만(되고 싶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아기 낳은지 6개월밖에 안되는 산모는 몸도 몸이지만 아직 호르몬도 정상이 아니에요. 수유 중이라면 특히 더 그렇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생리 전 증후군 이상으로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죠. 
이건 생리통이나 입덧, 분만 등등처럼 사람에따라 다른겁니다. 어떤 여성은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여성은 본인도 통제 못할 정도로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원래 수유부는 당연히 예민한겁니다. 인간도 동물이니까요. 젖먹이가 딸린 어미 포유류들은 다 예민합니다. 그래야 내 새끼를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 정도의 아기를 기르는 어머니는 대개 3시간 이상 통잠을 못잡니다. 두 시간씩 쪽잠 두 세번이 전부인데 그나마도 아기를 끼고 자니 푹 자지 못하죠. 그 생활을 임신 기간도 고달프게 보낸 산모가 아기 낳자마자 6개월째 하고 있는겁니다. 
식사도 배변도 본인 마음대로 못합니다. 먹다가 아기가 울면 숟가락 던지고 가야하고 변기에 앉았다가도 일어나서 가야합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달씩 이런 생활을 하다보면 보통의 사람은 다들 매우 지치고 피곤하며 예민해집니다.

초산인 아기 엄마의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대개 초산은 난산이라 출산과 동시에 이미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거든요. 스무 시간 진통하고 회음부 절개 두 번 하고 과다 출혈로 수혈 받고 일주일만에 체중의 1/4이 빠지고(제 얘깁니다) 나면 처음에는 아기가 예쁜지 어떤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가끔은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호합니다. 육아도 처음이니 당연히 더 힘들고요. 멘붕이라는 말이 딱일겁니다. 첫 아이 낳고 나서 얼마나 제 정신이 아니냐 하면 나도 목숨 걸고 애 낳은 기억이 생생하면서도 친정 어머니가 목숨 걸고 나를 낳아주신 사실은 망각하고 첫 아이 육아 방식을 놓고 실랑이 하다가 종종 싸우곤 할 정돕니다. (시댁한테만 투견 모드가 되는게 아닙니다)

저는 두 아이 수유를 해보고 나서는 어지간한 사이 아니고서는 출산 축하 선물이나 보내지 첫돌 전에는 찾아가지 않습니다. 
성숙한 어른으로서 조카를, 손주를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면 당장 귀여운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아기에게 절대적 존재인 아기 엄마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하는겁니다.  
아이의 일생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중요한 아이와 엄마의 건강한 애착 형성을 위해서는 엄마의 정서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아기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모유의 양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평소에 잘 나오던 모유가 시댁에 가면 이상하게 줄어드는 일을 겪어본 아기 엄마들이 많을겁니다. 아기는 모유량이 줄어들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배도 고프고 힘도 드니까요. 
이런 얘기를 하면 남편들은 서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뭘 어쩌신다고 이러나. 뭘 어쩌신다는게 아니라 내 남편 길러주신 고마운 분들이라는건 알지만 그냥 어려운 사이라는겁니다. 남자 분들은 장인어른이랑 같이 계실때 마냥 즐겁고 편안하세요?

아기는 어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귀엽고 사랑스런 존재이기 이전에 탄생과 동시에 고유의 인생을 시작한 하나의 개인입니다.
아기의 부모는 물론이고 친가 외가 할 것 없이 양가의 모든 어른들은 새로 태어난 아기가 앞으로 잘 자라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는겁니다.

며느리가 시집 식구들 꼴 보기 싫어서 트집 잡는게 아니에요. 이건 새로 태어난 아기를 위해서입니다. 아기를 위해서 어떤 것이 최선인지는 일반적으로 엄마가 가장 잘 아는거잖아요. 대체 누가 목숨 걸고 아기를 낳은 엄마보다 더 아기를 아낄 수 있을까요?  
당장 내 눈 즐겁고 내 마음 기쁘자고 아기를 불편하게 하실건지, 아기의 인생을 크게 멀리 바라보고 조금 참고 견딜지 생각해 보자는겁니다. 

나날이 리즈 갱신인 아기이니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으시겠죠. 그 마음 깊이 이해합니다. 근데요, 아기는 지금도 예쁘지만 돌 지나면 더 예쁘고 두 돌 지나면 더 예쁩니다. 세 돌까지는 쭈욱 리즈를 갱신합니다. 예쁜 아기를 위해서 첫 돌까지는 좀 자제해주세요. 그러면 아기는 좀 더 총명하고 사랑스럽게 자랄겁니다.

덧. 이건 일 년에 한 두 번 방문 하시는 시댁 식구들 얘기가 아니라 매주, 심지어는 매일 방문하시거나 영상 통화를 요구하시는(실제로 존재합니다. 그것도 제법 많이요.) 시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얘기입니다.  
방금 어떤 글 보고 즉흥적으로 모바일로 적어내려간 거라 두서가 없을테지만 넓으신 아량으로 양해부탁드립니다.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출처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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