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혐주의]스압] 초코렛
게시물ID : menbung_534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싼무늬토기
추천 : 1
조회수 : 73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9/17 15:52:48
옵션
  • 창작글
 초콜릿 아니 초콜렛이라고 해야 하나요? 어린 시절에는 쪼꼬렛, 쪼꼬 쪼꼬 나 저거 사줘 쪼꼬쪼꼬로 부르기도 했었죠. 네, 맞아요. 쪼꼬레뜨는 나 저거 사줘, 나 저거 먹고 싶어 등과 함께 구를 이뤄야 온전한 문장이 될 만큼 달콤한 무엇이었어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우뚝 선 나무에 매달린 카카오 열매를 생각해보세요. 고급 아이스크림 광고에서도 보신 적 있으시죠? 단단함이 눈으로 느껴지는 짙은 고동색의 럭비공을 닮은 카카오 열매 말이에요. 사실 카카오 열매 자체는 달지 않다고 해요. 몇 년 전 유행했던 99% 카카오 초콜렛이 얼마나 극악의 맛이었던가 상기해보세요.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조차 움~ 깊은 풍미가 느껴져~라며 녹여... 아니, 재빨리 씹어 삼킬 수가 있었죠. 실제로 무역선 선원들은 그 씁쓰름한, 아니 쓰다는 맛의 이데아에 근접한 카카오 열매를 먹고 기력을 찾기도 했다네요. 카카오는 사람을 구했던 열매인 셈이죠. 

 커피의 역사처럼 카카오는 설탕을 만나면서 그 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설탕을 만나 달콤해진 초코렛은 정말 아름다운 예술이 되었어요. 금박지에 둘러쌓인 동전 모양, 위스키가 들어있다는 술병 모양, 네모진 정사각형 모양,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 거대 판초콜렛을 대충 자른 모양 등등 세상에는 얼마나 멋진 초콜렛들이 많은가요. 아니 정정하겠어요. 초콜렛은 그 자체로 모두 다 멋져요. 초콜릿은 성인병의 주범 설탕에게 면죄부를 주고 우리 인간에겐 달콤한 행복을 선물하죠. 그런 초콜렛을 만드는 회사라면, 더군다나 전세계 사람들에게 이 아름다운 신의 선물을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이라면 무엇을 만들어 판매하는지 자각하고 스스로를 더 엄격히 통제해야 합니다. 카카오 열매 수확 농부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서 적어도 자신들이 수확한 열매가 얼마나 환상적인 맛의 결정체로 거듭나는지 그 결과물을 언제라도 맛볼 수 있게끔은 해야지요. 그리고 이 멋진 초콜렛을 사람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품질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하구요. 전 지금 단순한 기업윤리를 말하는게 아니에요. 그들이 무엇을 다루고, 무엇을 판매하는지 제대로 알아야한다는 거에요. 그들이 세상에 내놓는건 무려 초.콜.렛!이라구요. 행복이 거대한 물체라면 분명 어느 한 쪽은 초콜렛으로 이뤄진 부분이 있을 거에요. 초콜렛 회사들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행복을 파는 거라구요. 그런 건 무기회사나 대부업체 같은 회사는 흉내도 낼 수 없어요. 그들은 고귀함을 판매하는 상인이라구요.   
 그런데 초콜렛 상인에서 아름다운 초콜렛이 아니라 상인에 집중하게 되면 안 되는 겁니다. 정말 실망스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괜히 사농공상에서 상이 맨 끝이 아니었구만...하며 한탄하게 되요. 예를 들어 막 금박 포장지를 벗긴 초콜렛에서 벌레 몇마리가 까꿍~하고 인사를 하는 상황 말이에요. 누렇고 하얗고 길쭉하고 작은 벌레들도 초콜렛 맛있는건 알겠죠. 하지만 지금은 제조기술과 보관, 유통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대잖아요. 그럼 적어도 막 뜯은 초콜렛에서 걔들은 만나면 안되는 거에요. 무심코 먹은 초콜렛과 함께 애벌레 몇 마리도 같이 먹었겠구나 단백질 보충했네 각광받는 미래 식재료에 이런 식으로 익숙해지다니 거대 식품기업의 큰 그림이로구나 생각하게 만들면 안 되는 거라구요. 발렌타인 시즌만 되면 모국가 장인이 만드는 것처럼 선전하고 아름다운 모델이 황금빛 조명을 받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광고를 내보내잖아요. 그들이 광고하는 바로 그 이미지가 내가 지금껏 얘기한 초콜렛의 환상적인 그 무엇이라구요. 그런데 벌레? 하! 벌레?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초콜렛은 행복의 다른 이름이에요. 행복이 초콜렛이 될 수는 없겠지만 초콜렛은 행복이 될 수 있어요. 행복을 파는 상인이라면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지금껏 모초콜렛에서 벌레가 나왔단 얘기를 들었을 때 불운하지만 극히 예외적인 사건이겠거니 했는데, 네, 제가 잘못생각했었습니다. 저에게 닥치니 예외가 아닌 전부가 되었네요. 저는 앞으로 모초콜렛을 절대 먹지 않을 것이고, 제 주변에도 경험담을 공유할 것이며, 그 회사의 다른 제품도 최대한 피할 겁니다. 초콜렛!, 쪼꼬렛!을 그딴 식으로 다루지 말아주세요. 쪼꼬쪼꼬는 더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예술입니다.  

-잠재적 벌레 초콜렛 유사품을 먹은 게 나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우리 엄마가 드셨더라면 내일 나는 한명의 진상 고객이 되어 죄없는 고객 서비스 직원을 잡아대고 이세상 불행의 총량을 더 높였을 겁니다.
출처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우리집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