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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영국의 대중교통을 5년째 타면서 느낀점
게시물ID : gomin_13796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Nra
추천 : 12
조회수 : 665회
댓글수 : 45개
등록시간 : 2015/03/11 13: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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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체 주의
 
 
1. 노약자 지정석에는 "Please yield on request to elderly/disabled" 나 "priority seating" 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뜻은 노약자가 원할경우 비켜주라는 뜻과 노약자 우선순위 라는 뜻이지, 무조건 비워두라는 뜻이 아니다. 버스나 스카이트레인 안에 노약자가 없으면 일반인들이 전부 그자리에 앉아서 간다. 아직 타지도 않은 노인때문에 빈좌석을 놔두고 사람들이 서서가는건 불합리하기 때문이고, 노약자가 탑승하면 그때 자리를 비켜주면 된다.
노약자가 아무도 없길래 비어있는 노약자석에 젊은사람이 앉았다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째려보는 사람도, 호통을 치는 꼰대도 없다.
 
 
2. 자리양보의 의무는 노약자 지정석에만 한한다. 젊은이가 먼저 와서 앉아있는데 뒤늦게 할아버지가 왔다면 자리를 양보하는건 의무가 아니며, 할아버지가 양보를 강요할 권리도, 젊은이가 안비켜준다고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임산부나 몸이 어지간히 불편해보이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반좌석에 가서 양보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미친놈 되는거다. 물론 나이많다는 이유로 일반좌석에 앉은 젊은이앞에 서서 눈치를 주고 '요즘 젊은것들은 ㅉㅉ'거리는 사람도 아무도없다.
 
 
3. 노약자 자리양보는 어디까지나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에서만 이뤄지며 "장유유서" 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가끔 물리적 약자배려와
어른공경을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노약자석은 나보다 우러러 높으신 윗사람이라서 양보해드리는게 아니라 나보다 약하기때문에 양보해주는거다.
그걸 상하관계에 의한 접대로 알고 "쟤는 나보다 나이도 어린년이 (나보다 아래에 있는년이) 윗사람인 나에게 대접안한다"고 화내면 정말 답이없다.
    
결국 장유유서니 어른공경이니 한국정서에 호소하며 그럴듯하게 포장되는 말을 파헤쳐보면 결국 "나이많은사람 특별대우" 와 "나이에 의한 갑을관계" 라는 개념만 남는다. 그래서 리스펙트, 메너, 에티켓, 코테시라는 단어는 있어도 공경이라는 단어는 영어에 없다. 그런 개념자체가 없기때문.
(존경이라는 단어는 있는데, 한국처럼 모든어른 공경의 의미로쓰는게 아니라 나이가 어리건 늙었건 내가 진심으로 존경이 우러나오는 사람한테만 쓴다 예를 들면 내 외국친구는 김연아를 존경한다고 한다)
 
예의란 동등한 두 인격체가 서로를 상호존중 하는것이지, 나이 적은사람이 나이 많은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갑' 대접해주는게 아니다.
 
이제라도 말은 바로 해야겠다. 특정 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존재하고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는 개념이라면 불합리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런 문화적 불합리성을 완곡어법으로 미화해서 감추는 경우가많다. 완곡어를 직설적으로 바꾸면 그 실체가 드러난다.
 
어른공경X  -> 나이많은사람 특별대우O
장유유서X  -> 나이에 의한 상하관계/갑을관계O
 
 
4. 노약자석에서 먼저 앉아있던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받으면 무조건 고맙다고 인사한다. 일반좌석에서 젊은이가 선뜻 비켜주겠다고 하면 고마워서 죽는다.
 
 
5. 노약자 배려의 대상은 장애인, 임산부, 60대이상 노인들이지 등산다니는 팔팔한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아니다. 그런사람은 일반좌석은 커녕 노약자석도 안비켜줘도 된다. "노석"(老席) 이 아니라 "노약자석"(老弱者席) 이다. 나이가 많아야지만 않을수있는 자리, 또는 건강해도 나이많으면 무조건 앉는자리가 아니라, 젊은사람도 병약하면 앉을수있는 자리다. 사실, 장애인이 아니라도 지금 당장 배가 너무 아프다거나 어지러워서 쓰러질거같다던가 몸 컨디션이 너무 나쁘다던가 다리를 다쳐서 서있기가 힘들다던가 하는사람이 최우선으로 앉아도 되는 좌석이다.
 
이게 왜곡되서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나이만 많고 여자보다 더 힘세보이는 50대 아저씨가 임산부여성 자리를 뺐는 이상한 현상도 볼 수있다.
건강해보이는 할아버지가 딱봐도 아파서 얼굴이 창백한 청년에게 자리를 뺏는다거나
할머니들이 저녁 9시쯤 일반좌석에 앉아서 졸고있는 고등학생을 기어이 깨워서 자리를 뺏는 광경도 흔하게 볼 수 있다.
 
6. 마지막으로 대중교통에서 자기보다 나이어리고 만만하다는 이유로 시비걸고 꼰대질하거나 화풀이성 호통치는 어른들도 이제껏 한명도 보지못했다.
(젊고 힘없어 보이는 여자들만 골라다니며 괜히 호통치고 욕하고 소리지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던가)
지하철에서 만만해보이는 사람을 자기 동네북으로 삼고 악의적으로 뒤에서 밀치고, 쌍욕하고, 성추행하고, 때리고, 소리지르는 사람도 없었다.
 또라이 보존법칙에 따라 어느 나라를 가나 또라이는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선진국이라는 국가들보다 한국이 몇십배가 더 많은건 사실인거같다.
 
 
영국에서도 5년넘게 살아보고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등등 다른 서양선진국들 에서도 각각 1년넘게 살아봤는데 위에서 말한 1~6번이 저 나라들의 대중교통 문화다 . 처음에 외국에 왔을땐 한국과 너무 다른 사회분위기에 차가워보이고 얘네는 어르신도 몰라보나? 싸가지없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겪어볼수록 이런게 오히려 정상이고 합리적인 거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에 살땐 이런 대중교통 문화가 당연한줄 알았고 별 문제의식도 못느꼈었는데 외국에 나와 다른문화들을 접해보니 우리나라의 시민의식과 대중교통 매너가 비상식적이고 왜곡된 부분이 많은지 잘 알게되었다. 지금이라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 젊은층들이 하나하나 바꿔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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