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정말로 필요한 돈이 아니라면, 부모님께 달라고 할 수 없었던 정도였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 놀러가자고 하면 거짓말을 쳤다. 이모가 놀러와서 집에 가야 해.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내 곁에 친구들은 늘 있었다. 학교 생활은 즐거웠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딱 그 때 뿐이었다. 생활이 묶어주지 않으면 인연은 끊어졌다. 아무리 즐거웠어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만남이 없으면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만남은 돈이 든다. 나는 필요한 돈이 아니면,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았다. 정말로 필요한 돈도, 나의 부모님에게는 최선이었다.
나는 그렇게 내 삶동안 마음의 벽을 차근차근, 그리고 견고히 쌓아왔다. 이제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이 나의 본래 성격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나는 외로울 성격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놀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딜가도 엉거주춤, '놀 줄 모르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나는 혼자가 좋다고 느꼈다. 혼자가 편하다. 누군가와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번잡스러움과 낭비는 귀찮고 아껴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외로운 걸 몰라. 혼자가 좋아. 나는 나의 외로움을 외면하며 살았다. 연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외롭다. 외로움이 느껴진다. 옛 친구들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아, 행복하게 지내는구나. 그걸로 되었다고, 나와 행복했던 추억 속 아이들이 조금씩 커서 잘 지내고 있는 걸 확인하며 잠시 그 추억을 생각하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애들이 보고 싶다.
일기를 쓰다 울음이 터졌다. 이제 그 애들을 만난다 해도 더 이상 그 때 우리가 아니게 되었을 것이다. 애매한 인사, 대화를 하고 헤어질 것이다. 내가 그 때 우리가 친구였었던 때 계속 관계가 이어졌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 평생 동안 서러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필요가 아니면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실은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서 충분히 불행해 보이는 부모님을 보며 외면했던 내 서러움들이 갑자기 나에게 후두둑 쏟아져 잘 울지도 않던 내게 눈물을 쏟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