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제가 요즘 정말 하고싶은 공부가 생겼는데 내년 스물 일곱이지만 편입을 생각하고 있어서
학비에 보태려고 알바자리를 구하다가 집근처 5분 거리에 있는 카페 알바 구직을 보고 좀전에 다녀왔어요
일단 주말만 하고 다른 알바자리 구하는데 어제 전화하면서 '혹시 평일에는 어떻게 안되세요?'라고 물으시길래
가기 전까지만 해도 '아....공고랑 다른 조건을 내거는 데구나 여기도...' 해서 별 기대 안했는데
오히려 사장님은 참 좋으신 분이시더라구요....이 카페가 대학교 앞에 로스터리 카페인데
저번에 제가 사는 동네에 분점을 하나 냈어요. 사장님이 본점 사장님이랑 친척이라 가능했다고 하더라구요
제 이력서를 보시고는 '카페에서 일하기에는 경력사항이 좋아서 뽑는 내가 미안해진다. 자신감이 없어보인다' 고 말하시더라구요
얘기를 하다가 알게 됐는데 사장님도 대기업에서 오래 일하다가 나오셔서 카페 차리신건데
저같이 조급해하는 취준생들이 연락하고 왔다가 하루 일하고 잠수타는 애들이 있다고 했더라구요
오히려 요즘 지치고 위로받고 싶은데 가족들에게 말하면 '너만 힘든게 아니다'라는 말만 들으니까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제마음을 읽었는지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펑펑 울면서 집에 돌아왔어요.... 지나가는 사람들보면 시련당한 여자처럼 보일정도로
그런데 막상 이러고나니까 시원하네요. 저 사실 GPA 3 턱걸이인거 빼고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까지 읽은 책이 300권 넘고, 대외활동과 단과대에서 받은 상, 총장 직인찍힌 상도 받으면서 학교다니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생각했는데 누구 하나 그런 말 해준 적 없거든요
처음 보는 카페 사장님에게 위로받고 왔네요.... 제목이 자극적이라 악덕 사장님으로 보일 수 있는데
차라리 모진 말을 하면 욕하면서 돌아오는데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라.....
답답했던 마음이 간만에 뚫린 기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