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도시락거리가 떨어졌어요.
치킨 너겟이라고 부르는 우리집만의 닭튀김 공장 세팅!
원래는 깍뚝썰기한 닭가슴살을 마늘, 생강, 미림, 소금으로 간해 뒀다가 전분 가루만 묻혀서 튀기는 건데, 윤식당 보며 침 질질 흘리다 치킨 가루를 쌀국에서 구하지 못해 아쉬운 대로 월마트에서 사온 루이지애나 스타일의 치킨 프라이 믹스를 입혀서 튀겨 보았어요.
이런 싸구려 튀김가루가 별거 있겠어 하고 비교해 보자고 반은 전분으로 반은 튀김가루로 튀겼는데, 럴수 럴수 이럴 수가 역시 시판은 괜히 시판이 아니네요. ㅋㅋ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카레 가루같기도 하고 라면 스프같기도 하고 매운 거 같기도 하고 짠거 같기도 한 꼬리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데...
"이게 뭐라고... 했는데 튀김 가루 버전 먹어보고 전분 버전 먹어보니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온 느낌이다. 어때 자기야?"
"시판이 역시... 다리를 콱 뽀개버린 맛이다!!!"
우리는 열광하며 블루문을 곁들여 평일 저녁에 치맥의 밤을 불태웠는데, 아이들은 슴슴한 전분 가루 입힌 튀김이 더 좋은가 봐요.
땡큐죠 뭐~
옆에 있는 김치는 동네 친구가 처음 담궜다는 배추 김치에요.
마음 에쁜 친구가 현관에 두고 갔는데
주말에 싸돌아다니다 이틀이 지나 와 보니
갓 담은 김치가 가을 햇살에 익어 사이다처럼 톡톡 쏘는 맛으로 변해 있었어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상콤하고 아삭해요.
치킨만 튀기고 버리기엔 올리브유가 아까워 도나스 믹스를 급 만들어요.
저 살던 시골엔 빵집도 마트도 없었어요.
입이 궁금한 한창 나이의 아이들을 위해 엄마는 가끔 시리얼도 사다 주시고 도너츠나 핫케익도 믹스를 사다 만들어 주셨어요. (요즘엔 시리얼을 21세기형 인간 사료라 부른다지만, 먹을 것 없는 시골에선 시리얼은 명절에나 들어올 법한 귀한 음식이었어요.
어느 추석에 정말 말 그대로 시리얼이 명절 선물로 들어왔는데, 이제 생각해 보면 웃긴 사실은 바로 그 선물은 소를 키우던 우리가 소사료를 정기적으로 사던 사료 회사에서 들어왔다는 점. -.-;
생각해 보면 재료가 뭐 그리 달랐겠어요.
큰 포대에 든 건 소가 먹고 작게 포장한 건 저와 동생이 먹고... -.-;)
콩기름 들어간 전도 자주 밥상에 오르지 않던 시절에 기름 가득 담은 후라이팬에서 튀겨지는 도나쓰는 별미 중의 별미이자 우리 엄마 최고! 를 외치게 만드는 간식이었어요.
지금도 도너츠를 먹으면 달력을 깔아둔 창턱에 올려져 있던 해표 식용유와 엄마의 도너츠 튀기시던 손, 창턱 밖 까만 밤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귀뚜라미 소리가 떠올라요.
그 추억을 먹고 자란 제가 20-30년이 지나 우리 엄마처럼 도나쓰를 빚네요.
쫄깃쫄깃한 찹쌀 도너츠는 계량해서 만들면 밀가루와 달리 잘 익지가 않아 떡처럼 되거나 덜 익거나 해서 애를 먹어요.
그러다 마트에서 발견한 찹쌀 도나쓰 믹스로 반죽해서 튀겨보니, 너무 빨리 익어서 겉만 타고 속은 안 익던 이전의 수제 찹쌀 도너츠의 문제가 완벽 개선되었네요.
그래서 한입 물면 겉은 바삭바삭하다가 속은 쫄깃쫄깃하다가 텅 비어있는 시장표 찹쌀 도나쓰가 완벽 재연됩니다.
애들 먹으라고 튀겨뒀더니 남편도 맛있다며 연거푸 집어먹는 찹쌀 도나쓰~
오늘은 기승전 시판인가요. ㅋㅋㅋ
게다가 도나쓰는 믿고 먹는 갓뚜기 제품이에요.
요 두 제품 추천하고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