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오늘 등교길에 귀신봤다 ?"
여중생답다랄까. 특유의 단발머리를 한 평범한 외모의 소녀가 왜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자리 친구에게 말했다.
' 아 .. 또 시작이네. 귀찮게.'
어거지로 맞장구를 쳐줬지만 하루 이틀이 아닌 탓에 지쳐갔던 지민은 한숨을 삼키며 듣는척을 해줬다.
" 그런데 귀신이란거, 의외로 평범하더라."
" 응 그래 ? 와.. 신기하네 "
" 와.. 영혼없네"
" 아니야, 영혼 담아서 이야기 했는데. "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으리라 직감한 지민은 뒷자리 앉아있던 소유와의 대화를 멈추고 다시 교과서에 집중한다.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녀가 귀신을 봤다고 한지가.
교실 친구들 마다 하나하나 다 말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바로 앞자리인 나에게 호소하듯 관심을 요구하는 것이리라.
며칠이나 지났을까. 그녀가 덜덜 떨며 교실을 찾아왔다.
" 무슨일이야 ? "
" .... "
" 왜 그렇게 벌벌 떨어? "
" 내가 봤던 귀신이.. 무서운 모양이 되서 돌아다녀 .. "
또 시작이군. 적당히 맞장구 쳐주는 것도 대략 한달은 된것 같다. 더이상 못참겠다고 느낀 지민은 소유에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 니가 본 귀신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어차피 귀신은 사람한테 해끼치지 못해. 그러니까 제발 신경쓰지 말고 할일이나 했으면 좋겠다. "
들은 건지 무시하는 건지. 소유는 그저 입술을 꾹 다문 상태로 더이상 대화를 잇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고 또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소유는 복도를 부술듯이 달려와 교실로 들어온다. 아직까지 저럴수 있다는게 한편으론 신기하고,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 지민아, 너 앞반에 주아 알지 ?? 걔 .. 걔가 "
" 귀신 되서 나타났다고 ? "
" 응 !! 어떻게 알았어 ?!?!"
" 그것도 무서운 모양으로 ?"
" 헉!! 너 뭐야 ? 너도 볼수 있어 ???"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눈은 동그랗게 뜨고 지민을 쳐다보는 소유.
지민은 입술을 움찔거리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말았다.
다만 조그맣게 읖조릴 뿐이었다.
" 주아가 그랬다고 하면 이제 곧 우리 차례겠네 ."
그 마을에는 조그만 마을 회관에 있는 TV가 전부였다.
초조한 얼굴, 왜인지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얼굴, 창백한 얼굴
이상하게도 어린아이없이 나이먹은 어른들만 모여 TV의 뉴스를 기다린다.
앵커가 무거운 목소리로 운을 띄우기 시작한다.
" A시에 N국의 폭격으로 인해 OO 중학교의 학생들이 모두 사망한지 벌써 두달이 지났습니다. 폭격후에도 마지막까지 삶의 끈을 놓지 못했던 김지민양과 박소유양 역시 하늘로 돌아간지 45일이 지났습니다. A시는 내일 학생들을 추모하는 합동 49제를 치르기로 정부와 합의 하였으며.. "
눈물도 말라버린 어른들은 그저 간혹 흐느끼는 소리가 날 뿐이었다.
다만 그들은 아직도 A중학교 어딘가에 귀신을 보던 소녀가 아직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