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편입하고 곧바로 공인중개사시험을 준비했었습니다.
오늘까지 딱 8개월 공부하고 시험쳤는데 1차 2차 모두 떨어졌네요 !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 와서 세시간쯤 울었던거 같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단어, 처음 접해보는 국가고시.. 등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됐든 떨어졌습니다.
시험에 떨어진건 그리 슬프지 않았어요. 사실 제가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했거든요.
열다섯이라는 어린나이에 친구들은 기찻길따라 칙칙폭폭 열심히도 가는데 나만혼자 기차에 올라타지도 못하고 제자리걸음하는 것 같아 되게 스트레스 많이 받았었어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놀기만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19살 이더라구요. 친구들은 대학이다 취직이다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또 나만 현실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 대학입시를 준비했었습니다.
정보도 없었고, 집안 어른들 중에는 아무도 대학을 나온 사람이 없어서 1차 수시기간을 지나 2차 수시기간에 겨우겨우 원서를 넣고 합격했습니다. 지금은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는.. 지방대학중에 가장 들어가기 쉽다는.. 그런 대학교를 갔습니다.
평범한 생활을 해보고 싶었지만 어울릴수가 없었어요. 고향선후배.. 고등학교 얘기들.. 나와는 매우 동떨어진 얘기 였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냈고, 같은학과에 나란 존재가 있는줄 모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군대를 가게 되었어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간다는 그런 곳을 시력때문에 4급판정받은걸 겨우 사정사정해서 3급으로 끌어올리곤 현역에 들어갔었지요.
군대 마저도 가지 않으면 정말 외톨이가 될꺼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갈려고 했었어요.
물론.. 군대에서도 적응을 잘 못했습니다.
항상 혼자서 생활하고 혼자서 판단하고 선택했었기에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질문에 대답을 하는 행위 자체가 익숙하지가 않았어요.
그렇게 긴 현역의 시간을 보내고 전역과 동시에 복학을 했습니다.
어느덧 20대 중반의 나이였고, 동문들 또한 복학생 내지는 형님들이었어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장래 얘기.. 과거 얘기.. 등 많은 대화를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1년을 편입준비로 보내고 올해 당당히 편입에 성공했습니다.
모든게 순조로웠고 처음 보고 처음 배우는것들이라 어려웠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한다는게 너무 즐거웠어요.
16.03.01 부터 오늘까지 약 8개월을 공인중개사 자격증 준비에 매진했었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불합격은 받아들일수 있었어요. 다만,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너무 슬펐습니다.
한순간 잘못된 생각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고 힘들어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펑펑 울었습니다.
편입이라는.. 또 잘못된 선택을 한건 아닐까? 10년뒤 이때를 돌아봤을때 또 후회하지 않을까? 내 인생은 실패한걸까?
혼자 힘으로 기차를 따라잡아보겠다고 다리가 터져라 달렸는데 알고보니 한걸음 나아갔다는 현실에 너무 두렵고 힘들었습니다.
너무 슬펐지만 나를 위로해준것도 나 자신이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꽤 긴 시간을 ' 나 ' 라는 사람을 만들어 갔던 것 같아요.
이제는 어느 누가, 무슨 상황이 닥쳐도 부러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 만큼 강해진 것 같아요.
이번엔 떨어졌지만 내년 시험엔 꼭 붙을 꺼에요. 응원해주세요 !
나와 같은 어린 친구들이 이 글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어요.
' 긍정은 부정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입니다. 제 인생에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글이에요. 제 글을 읽어 주신 많은 분들께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