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권조라고 해요.
평소 유머 게시판과 책 게시판을 눈팅하다 5월 즈음에 가입했어요.
질문 글은 아니지만, 가입 일자가 최근이고 방문 횟수가 적어 본삭금을 걸었습니다.
제 지식에 오류가 있거나, 다른 견해를 가진 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이 되어 가독성이 낮을까 걱정입니다. 읽는 데에 불편함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최근 청소년 폭행 사건이 잇달아 보도되었습니다. 지금도 진행중이지요.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청원 가운데 소년법 폐지에 대한 내용이 10만 명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그 이전, 청소년 보호법으로 제시되었던 청원은 24만 명에 이르렀고요.
저는 소년법 개정의 의미에 대해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저는 법조계 종사자도 아니고, 청소년을 상담하며 관련 사건을 접하는 업계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저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얘기할게요.
첫 번째 : 소년법 개정의 의미
이번 사건으로 <청소년 보호법>, <소년법> 등이 여러 창구를 통해 언급되고 있습니다.
제가 해석하기로 이번 사건에 관련된 것은 <소년법> 과 <형법> 입니다.
또한 그 안에서도 주요 내용으로는
* 가독성을 위해 반복되는 '제' 는 생략하였습니다.
1항 :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2조 :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
<형법> 총칙 제 2장 1절 9조
9조 : 14세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가 있다고 봅니다.
<소년법> 에서는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 사건으로 심리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형법> 에서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형사 미성년자' 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곧 <소년법> 의 폐지 또는 개정은 <형법> 의 개정을 동반해야 합니다.
이는 절차의 복잡함을 차치하고라도 우선 우리나라의 법 개념에 대한 변화를 의미하죠.
저는 여기서 형사 미성년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문구에 주목했습니다.
제가 해석한 내용이 맞다면, 형사 미성년자에게는 죄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소년법> 에서 말하는 보호사건의 처분으로는 장기 소년원 송치 (제 3절 1항 10호) 등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는 보호 처분이라는 개념으로 실행이 되며 국가가 '형벌' 이란 개념을 형사 미성년자에게 주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미성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저는 두 가지로 해석했습니다.
1. 어리니까 봐준다.
2. 권리가 없기에 책임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1번과 같은 해석으로 분노했다고 봅니다. 그 자체보다는 이를 악용한 사람들에게요. 그리고 2번과 같은 해석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사 미성년자와 성인이 동일한 처벌을 받으나, 권리의 무게가 다르다면
국가가 권리와 책임에 대한 부담을 각개 국민에게 다르게 부여한다는 뜻이 됩니다.
폭행 사건에 대한 이야기에서 권리가 나오니 뜬금 없다고 생각하시리라 걱정됩니다.
제 의도는 <미성년자에게 참정권을 주고 그만큼 벌을 주자!> 가 아닙니다.
현재 형법은 <참정권을 주지 않는 대신, 처벌을 하지 않거나 약하게 준다> 입니다.
술, 담배를 떳떳하게 구매할 수 없고 결혼을 할 수 없으며 투표 등의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없는 것 등이 미성년자의 한계입니다.
이것이 책임이 줄어드는 단서가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러니 현행을 받아들이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어린 놈이라도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형 / 무기징역으로 다스려야 한다!" 와 같은 주장은 극단적이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현행 법령을 악용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으니, 분명 개정을 통한 시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자" 는 주장에는 법적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베스트 청원을 보니, 무조건 폐지를 말씀하시지 않았고 폐지 또는 개정을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정부에서 어떤 답을 줄 것인지 저 역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속 시원한 사이다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원한 사이다는 청량감을 주고 치아 건강을 빼앗곤 하지요.
오유를 들어 얘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여러 사이트와 각종 뉴스의 댓글이나 SNS를 보며 느끼는 내용입니다.
처벌 강화를 통한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소년원에 갈 줄 알았는데, 13살 나이에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당할 것이란 불안감에 놓인다면
더욱 더 큰 범죄를 저질러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기도 해요.
예방과 피해자 치료와 보호를 위해서는 국회 입법보다 당장 행정부의 조치가 더욱 크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행까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고,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인력을 구축하는 데에만 추가적인 기간이 소요되겠지요.
학교 폭력 근절선언이라며 사진을 찍고 회의록에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조치가 끝나지 않길 희망합니다.
수십 명의 경찰이 모든 학교에 상주할 수도 없고,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살피기 위해 마찬가지로 수십 명 경찰이 골목골목에만 있을 수도 없습니다.
갈수록 폭행 수단은 비겁해지고, 각종 SNS를 통해 음성화되겠죠.
앞으로 오랜 시간과 많은 인력, 예산이 필요할 겁니다. 효과는 느리면서요.
많은 사람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당장 저 역시, 그저 키보드 앞에 앉아있는 1인에 불과하지만
속 시원한 일침보다 앞으로도 우리가 살아갈 공동체를 위한 방안을 떠올려야 해요.
법은 강력하지만, 신중하고 그만큼 느린 체계입니다.
법을 무시하고 직접 정의를 실천하자! 는 뜻이 아니에요.
현행 법 안에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지 않는 현실이 슬플 뿐입니다.
언젠가 우리는 이 사건을 잊고 다른 이슈에 자극을 받겠지요.
법은 그보다 훨씬 나중에야 바뀔 것입니다.
끝으로 폭행 사건의 피해자들이 마땅한 피해보상을 받고 일상을 되돌려 받기를 기원합니다.
가해자들은 그 죗값을 받고 용서를 요구하지 않고 그저 빌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기원합니다.
저주는 제 몫이 아니겠지요.
마땅한 해결책도 없으면서 떠들었습니다. 괜히 답답한 마음에 쓰게 됐어요.
길고 따분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