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제 곧 9년 차 찍습니다. 나이는 둘 다 30대 후반이고 맞벌이고요.
아기를 늦게 낳아서 이제 19개월 된 딸이 하나 있고요.
연애는 3년 남짓 했어요.
그래도 출산 초반, 특히 조리원에선 아기도 너무 예쁘고 2주씩이나 떨어져 있던 때가 없었다보니 서로에 대한 애정이 뿜뿜이었는데
그 시기가 지나고 집에 와서 본격적인 육아 전쟁에 돌입하면서부터.. 급격히 둘 사이가 서먹해졌어요.
전엔 외출할 때 꼭 손 잡고 다녔었는데, 이젠 아기를 챙기려다보니 서로 손 잡을 새도 없고, 이젠 손 잡는 게 어색해졌고요.
그게 길어지니 이젠 서로의 몸을 만지는 것조차 어색해져 버렸네요..
전엔 외출할 때 꼭 키스 가볍게 하고 헤어졌었는데 이젠 그런 것도 안 해요. 대신 아기가 방긋 웃으며 빠빠이를 해줍니다.. ㅎㅎ;
저희 신랑은 원랜 딩크도 얘기했을 정도로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겁도 내고 고민이 많았던 사람인데
아기를 낳고 나선 그야말로 딸바보.. 딸ㅂㅅ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 예뻐해요.
근데 이젠 제게 올 사랑이 전부 다 딸에게로 가 버린 느낌이에요..
딸에게 질투를 할 건 아니지만 그냥 가끔 좀.. 씁쓸해요.
제가 아기 낳고 살도 좀 찌고(많이는 아니고.. 5키로 정도;)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아기 예뻐하는 거 보면 좋기도 하고 그러네요.
근데 그래도 부부 사이에 너무 서먹해져버린 것 같아서 요즘은 제가 이래저래 신경도 좀 쓰고 접촉(?)도 시도해보는데
저희 신랑도 뭔가 저를 피하는 느낌이에요.
지난주에는 신랑이 무릎 세워서 아기를 기대게 하고 얼굴 맞대고 아이컨택을 하면서 노는데 아주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 얼굴을 아기 옆에 갖다 대면서 나도 나도 이뻐해줘~ 하니까
신랑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왜 이래~' 하더라고요;;
그래서 난 안 귀여워? 나도 이뻐해줘~ 하니까 황당하다는 듯이 웃더니 애기더러 '너희 엄마 왜 이러니?' 이러는거예요..
정말 큰 맘 먹고 시도해본건데 반응이 저딴 식이라 넘 짜증나서 그냥 그러고 말았어요.
제가 불쾌하든 뭐하든 신경도 안 쓰더라고요.. 그런 게 좀 많아요.
제 마음이나 기분 이젠 별로 헤아리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좀 귀찮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난 그냥 아기 키우는 보모나 밥 차려주는 식모 개념인건가 그런 생각도 들고...
난 사랑받고 싶어서 이래저래 신경 많이 쓰는데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는 거 보면 좀 얄밉고 그래요.
부부관계도.. 없은지 오래됐어요. 1년 넘어가네요 이제.
손도 안 잡고 몸도 안 만지는데 뭐 그럴 생각이 들 리도 없고.. 아기 돌보느라 저도 너무 피곤하고요.
신랑도 애기 잠들고 나면 겨우 좀 놀고 쉬고 하는데.. 원래도 저랑 취미가 같거나 하질 않았어서 정말 애 잠들고 나면 각자 놀아요.
그냥 이렇게 살다 늙는건가 싶고 요즘 마음이 뭔가 허전하네요.
다들 비슷하신지, 아님 저희 좀 심각한 상태인건지 궁금해요.
아, 부부싸움은 거의 안 해요. 근데 그게 싸울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서로 너무 소진되어 있어서 싸울 기력조차 없다는 게 더 맞아요.
애 잠들고 나면 서로 대화 정말 서너마디? 정도 밖에 안 하고 있네요.
너무 삭막해요. 생판 남도 이보다는 낫겠다 싶어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