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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소설이 끝난 날
게시물ID : readers_294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smoagony
추천 : 2
조회수 : 2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04 00:37:54
이상하게 음료의 맛이나 향수의 향을 논할 때,
시간의 순서에 따라 분류를 하지요.
가령 향수는 톱노트-미들노트-피니시
커피는 첫맛-중간맛-뒷맛
하는 식으로 나누는데요,
오늘은 소설 두 편의 독서가 마무리되어
서로 다른 뒷맛을 느끼는 한밤중입니다.


하루에 소설 두 권을 완독해냈다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성취는 오늘 할 이야기가 아니에요.

J.D 샐린저의 프래니와 주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권해주어 산 것을 닷새 만에,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어디선가 광고를 봤었나, 샀던 게 봄이었어요.

각기 반 년과 한 주 만에야 말 그대로 끝장을 본 것입니다. 
성취를 말하기엔 너무 여유있게 독서가 끝나서
어디 자랑할 글을 쓰려는 건 아닙니다만, 
참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입니다.
성취감보다는 헛헛하달까요,
뭔가 끝을 본다는 것이 마냥 보람찬 일이 아니네요.

두 권 다 냉전 시기에 쓰여진 격정적인 책이어서일까요,
번역투가 아니었다면
한 줄 한 줄 내장을 찌르는 듯한 선득함을
못 견뎠을지도 모릅니다.
잘 읽히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소설은 각각 하나는 젊은이의 깨닫는 기쁨으로,
다른 한 권은 늙은이의 쓰디쓴 소멸, 회한으로 마무리됩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결말이었기에
둔중한 마음의 독자이지만, 들썩임이 컸던 거겠습니다.


일요일 밤이 지나고 월요일 새벽이 되었습니다.
뭔가 끝나고 또 시작되는 암흑의 시간.
 

벌레우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소식으로,
오늘 편지 인사를 갈음합니다.

모두 평화로운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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