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건 직장에서 멀지 않았던 서울 모처의 비디오 렌탈샵. 1년령차였던 녀석을, 당시 유령 회원이던 모 동물 관련 단체 커뮤니티에 올라온 임보글 보고 달려가서 데려온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7년 차가 되었습니다. 한 3년 전부터 관절염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더니 올해들어 누워지내는 게 일상이 되었고 지난달 중순부터는 평생 절대 단 한 번도 없었던 배변 실수를 했어요. 그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마음뿐, 직장 일이 바빠 늦은 귀가를 핑계로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한게 지금 마음에 너무 걸리네요.
평생, 나밖에 모르던 껌딱지 우리 댕댕아, 그 곳에선 길에서 떠돌때 받았을 지도 모르는 학대의 기억은 깨끗이 지우고 행복하길 바래. 그 때의 기억 때문인지, 작대기 종류를 든 남자만 보면 미친 듯 혐오를 드러냈던 너,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봤던 사람들 외엔 철저히 마음의 문을 닫고 절대 정을 주지 않아, 나중에 함께 살게된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원인이 인간들이 줬던 트라우마였던걸 어쩌겠니. 너와 함께 했었던 많은 순간들이 소중한 추억이 되었어.
십 오년간을 거의 매일 함께 산책다녔던 산길 산책로들, 산 정상들에서 네가 보여줬던 행복한 웃음을 기억해. 네게 끓여주려고 샀던 북어 꾸러미를 보여주자 너무 좋아 미친듯 곡예를 부리며 좋아해서, 시장 바닥 길 가던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냈었지. 몇 년전 데려왔던 유기묘 아가를, 길에서 만난 동물들 대할 때와는 180도로 다르게, 따뜻하게 품어주던 네 모습을 기억해. 그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할거야.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너무 사납게 굴어 속상했지만, 그 밖엔 너는 완벽한 개였어. 체구가 작아도 늠름하고 용감해서 진돗개 코를 물려고 덤벼 혼비백산시킬 정도였으니... 이젠 말년에 너를 괴롭힌 관절염 없는 곳에서 행복하렴. 그 아픈 몸을 질질 끌고라도 대소변을 실수하지 않으려 기를 쓰던 네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
이젠 너를 보내줄게. 그리고 너처럼 길 위를 떠도는 다른 천사들을 돌아볼거야. 포인핸드의 수많은 너를 보며 세상이 바뀌는데 일조할 것을 다시 다짐해본다.
잘 자라, 영원히.... 내 아가.
지금 폰에 저장된 우리 댕댕이 사진들은, 폰 배경으로 쓰려고 전에 쓰던 폰에서 옮겨온 산에서 찍은 3년 전 것 빼곤 전부 최근 것 뿐이라 초췌한 모습뿐이 없네요. 조만간 컴퓨터랑 외장하드 다시 연결해서 정리 좀 해야겠어요. 지극히 사적이라 감정적이기만한 못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