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직 임상병리사로 근무중인 사람입니다.
임상병리사가 어떤일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것 같아서 먼저 소개해 드리자면
의료기관에서 검체검사, 병리검사, 생리기능검사를 담당하여 의료진에게 질병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분석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명확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의료 전문인력입니다.
정부는 2017년 7월1일 의료행위의 분야별 균형을 맞추어 국민의료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2차 상대가치 개정을 실시하였습니다.
이번 개정은 건강보험 재정을 고정한 상태로 검체검사와 다빈도 기본 의료행위의 수가를 낮추어서 수술과 처치행위의 수가를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질병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기본검사들의 수가를 40% 낮추고 대형병원에서만 실시하는 고가의 특수검사 수가를 높이는 형태로만 반영되었습니다. 이로인하여 만성질환을 모니터링하고 각종 계절성 감염질환의 초기 진료를 담당하는 동네 의원에서 검사실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되어 검사실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무분별한, 국민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는, 탁상공론의 산물인 의료정책으로 인하여 동네의원 검사실에서 근무하는 임상병리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제1과제로 하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일자리를 뺐는 정책을 승인하였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정책이 우리 임상병리사의 실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우리 임상병리사는 검사 비용이 올라가든지 내려가든지에 관계없이 주어진 환자의 검체로 부터 정확한 결과를 신속하게 분석보고하는 것이 국가가 저희에게 맡겨준 의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에서 최고 품질의 검사결과를 내기위하여 철저한 질관리, 문제해결, 장비와 시료의 관리를 하여 우리나라 검사결과가 세계 어디에도 뒤쳐지지 않는 최고의 검사실을 만들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것이 우리나라 의료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은 반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만약 수가 인하로 인한 저가의 검사장비와 저가의 검사재료로는 우수한 검사결과에 한계가 있습니다. 저비용의 건축 수주가 부실공사를 유발하여 수많은 붕괴사고를 일으킨것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작년도 건강보험 재정이 18조의 흑자를 내었다고 합니다. 그 돈으로 난치성 질환의 의료비용과 비급여의 급여 전환에 사용하겠다고 여러 장밋빛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상대가치 재정에서 차라리 전체 급여의 비용자체를 늘렸다면 전체 국민에 영향을 미칠 일상검사 수가를 이렇게 낮추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검사 비용은 선진국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가이지만 검사 재료는 대부분 수입을 해야되는 선진국과 동일한 재료로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저희 임상병리사도 저임금과 과도한 초과근무로 검사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각 의료정책의 자문역을 자임하는 의료계의 전문가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실무자를 배제한 정책발표는 이러한 부작용을 낳게 되었습니다. 저품질의 검사결과로 질병 변화 시점을 놓쳐서 병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국가 의료비용을 증가시키게 되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정책을 자랑스럽게 발표할 줄은 생각에도 몰랐습니다.
2차 상대가지 개정 전면 재검토를 통한 우리나라 의료 수가의 안정화를 기대하며 이쯤에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