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 생일날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신랑이 남친이던 시절 이야기인데요~
저희는 연애할 때부터 생일 등 각종 기념일을 막 챙기는 성격들이 아닙니다.
갖고 싶은거는 평소에 여력되면 서로 챙기고, 생일 당일에도 여건 되면 만나서 밥 먹는 정도?
몇 년전 문제의 제 생일날도 평일이라 퇴근하고 저녁이나 먹자~ 였죠.
오후 2시 즈음 연락이 오더라고요, 거래처에 갑자기 불려 나가는 중인데 분위기상 낮술을 할듯 싶다,
그래도 일찍 시작(?) 하는거니,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연락을 하겠노라며.
그러라고는 했지만 저는 사실 이미 반 포기 상태로 '오늘 만날수는 있을까?' 싶었어요
왜냐하면 ㅋㅋㅋ 우리 남편은 엄청난 술고래라 낮부터 마시기 시작하면 그만큼 술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뿐이지
일찍 시작했으니 일찍 끝나는 술자리라는 건 이세상에 없는 사람이거든요 ㅋㅋㅋ
근데 웬걸?! 오후 6시 땡하는 순간 끝났다면서 전화가 오네요?!
벗뜨, 술이 완전 떡이 되어서 -_-
제가 남편 목소리만 대충 들어도 얼마나 마셨는지 가늠할 수 있거든요, 먹는 양에 따라 말투, 목소리가 서서히 달라져서...
근데 이날은 만취 of 만취!! 그 상태로는 집에 혼자 못 들어가겠다 싶은 수준의 멍멍이!!!
결국 칼퇴하고 데리러 갔어요. 저를 보더니 긴장이 풀렸는지 그때부터는 진짜 몸도 못가누고 헬렐레 ㅠㅠ
남편 끌고 자취방에다가 집어넣고 일단 재웠지요, 혹시나 몇 시간 자고 일어나면 늦은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까 싶어서.
8시, 9시, 10시...
흔들어 깨워도 세상 모르고 자는데 배는 너무 고프고...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피자 한판 시켜서 혼자 다 먹었습니다 ㅋㅋㅋ
피자 비포 앤 애프터 사진도 찍어놨는데, 요즘도 가끔 그 사진 찾아보며 남편이랑 한참을 웃네요
남편은 그 날 제가 데리러 간 이후 아무런 기억이 안 난답디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