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길에 사는 냥이들은 도망가거나 숨어있는 모습만 봐서 가만히 고양이가 앉아있는 걸 보니 기분이 되게 낯설었어요
너무 깔끔하게 생기고 사람을 봐도 도망을 안가서 가출했거나 유기된 고양이인줄 알았는데
옆에서 고양이를 구경(? 하시던 아저씨가 원래 이 근처에서 사는 고양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아저씨가 가시고 저랑 고양이만 길거리에 남아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데 문득 제 앞에 다가오더니
눈을 지긋이 감고 온 몸을 다리에 부빗부빗 하더라구요
빨리 나를 쓰다듬어!!! 라고 외치는 것처럼욬ㅋㅋㅋㅋ
목덜미랑 등쪽을 쓰다듬어주니 아예 제 앞에 벌렁 드러눕고 냥냥거리는데 심장이 하..
그렇게 한참을 만져주고 있으니 얘랑 얘기를 좀 해보고 싶어졌어요
넌 이름이 뭐야?
여기서 혼자 살아? 가족은 없어?
여자애같은데.. 뱃살이 많네? 임신한건 아니야?
나도 이 근처에서 꽤 오래 살았는데 넌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밥은 잘 먹고 다녀? 챙겨주는 사람들은 있어?
설마 나한테 먹을거 뜯으려고 이러는건 아니지? 나 먹을거 없어ㅠㅠ
여기서 살면 사람들이 해코지하지는 않아?
등등.. 고양이가 듣든 말든 쓰다듬어주면서 저런 질문들을 하는데 웃기게도
질문 하나를 할때마다 고양이가 대답하듯이 냥! 웅냥! 하더라구욬ㅋㅋㅋㅋㅋㅋ
물론 알아듣지는 모태씁니다.. 고양이 입장에서도 답답했을거에요 대답을 하는데 알아듣질 못하니ㅠㅠ
한참동안 각자 할 말만 하는 대화를 계속하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가던 길을 마저 가려는데
두어 걸음 가다가 돌아보면 고양이가 따라오고있고ㅠㅠㅠㅠ
다시 가서 몇 분간 쓰다듬어주다가 이제 정말 가야돼.. 하고 돌아서기를 몇 차례나 반복했습니다..
이젠 정말 마지막이야! 하고 쓰다듬으려던 순간 고양이가 손목을 칵 물더라구요
막 아플 정도는 아니고.. 제가 어딘가를 잘못 쓰다듬었는지 인간이 가겠다 가겠다 말만 하고 안가는게 심기가 불편하셨는지
이제 그만하고 좀 가라ㅡㅡ 이런 의미였던거같아요 아마.. 물론 제 뇌피셜임
진짜 노릇노릇한 치즈색 뚠뚠냥이라 사진도 예쁘게 찍고싶었는데 한손으로 찍는게 쉽지 않더라구요ㅎㅎㅠㅠㅠ
쓰다듬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고먐미..
그나마 건진게 이 한장이네요 흑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