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게 된 데에는 여러 사정이 있었는데 제일 큰 이유는 상사들이랑 쿵짝이 안 맞아서였습니다.
서열 구조상 최종보스가 있고 제 바로 위의 중간보스 그리고 저 이렇게 있었습니다.
원래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올해 3월에 이전 보스들이 동시에 퇴직하는 바람에 최종보스와 중간보스가 동시에 인사발령 왔습니다.
그것까진 괜찮았습니다.
최종보스는 갓 승진해서 최종보스가 되어서 처음으로 기관 통할을 맡은 분이었습니다.
그것까지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간보스였습니다.
사실 인사발령 전에 전임 중간보스께 알아본 결과 일을 아무것도 모르고, 일을 하려 하지도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을 해보지를 않았으니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도 모르니 맨날 저를 닦달만 해대고, 그것도 제대로 된 절차(회계팀이라 법규가 더더욱 중요했습니다)에 따르는 게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려 하니 그것까지 못하게 수습하랴 진땀 빼고...... 게다가 중간에서 교통정리를 못하니 저도 그렇고 초임 최종보스도 오해와 불신이 싹트게 되었고, 너무 답답하고 뭐가 제대로 진행도 안 되다 보니 아예 중간보스를 배제하고 제가 직접 최종보스와 부딪치는 일도 생기곤 했습니다.
제가 경력자라면 어떻게 잘 해나갔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신규임용 된 지 1년도 안 된 꼬꼬마였습니다.
너무 힘들고 인간 자체가 피폐해져가는 게 느껴져서 결국 휴직원 내고 쉬고 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그렇게 휴직을 하게 되었고 가끔씩 제 후임으로 들어온 분께 미처 인계인수를 하지 못했던 업무전달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우연하게 후임쌤께 업무전달을 하다가 제가 휴직하기 전에 최종보스와 갈등이 있었던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사안은 아니고 개인 출장비 지급에 관한 건이었는데 최종보스의 왜 출장비를 받을 수 없냐 vs 이 건은 출장비를 지급할 수 없다 라는 제 의견차였습니다.
제가 회계담당이다 보니 출장비를 지급하면 감사 지적받을 건이거니와 여러 가지 이치상 지급하지 않는 게 맞는 사안이기 때문에 끝까지 지급 안 하고 휴직 들어갔습니다만, 사실 가는 마당에 최종보스가 끝까지 그걸 갖고 물고 늘어지길래 짜증도 났고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받고 싶어서 원칙이고 뭐고 개무시하고 저 난리를 치나 싶어서 인간적으로 많은 실망도 했었습니다.
근데 후임쌤 말로는 자기가 온 이후로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길래 자기도 모른척 하고 있다더군요. 그래서 앞으로도 그냥 입 다물고 모른척 하시라는 말씀은 드렸는데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묘하게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나한테는 그 돈 몇 푼땜에 가는 그 순간까지 마무리도 제대로 못하게 하고 그렇게 사람 피말리게 하더니 후임자한테는 깩소리도 못하는 건가......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였던 걸까......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1년차도 안 된 여자고, 후임쌤은 저보다는 경력이 있는 남자분이었습니다. 성별 갖고 여자라 이래 남자라 이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 바닥 자체가 관리자급들 마인드가 고루하다보니 남자한텐 깩소리 함부로 못하면서 젊은 여자에겐 비교적 함부로 대하는 게 없잖아 있어요.)
평생 쉴 수도 없는 노릇이니 휴직 기간이 끝나면 다시 그 바닥으로 돌아가야겠지만 행여 다시 이런 거지 같은 경우를 겪으면 어째야 될까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