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이별후에 오는 것들. #4
게시물ID : lovestory_83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쟌느
추천 : 10
조회수 : 55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26 00:24:10
옵션
  • 창작글
  줄여야 했다. 술이던 네 생각이던. 그게 뭐가 됐던지 줄여야 했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항상 같지않도록 즐거운 일을 찾아 즐기며 일을 했다. 괜시리 웃지않아도 자동으로 웃음이 나왔으며 항상은 아니지만 꽤 많은 시간을 웃으며 흥얼거리며 마트의 물건을 진열하고 체크했다. 고객들과의 대화도 즐겼으며 컴플레인 관리도 떠맡아하고 책임을 지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너무 보람차게 일을 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일에 대한 자랑과 나의 보람참을 늘어 놓기도 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지난 날 너를 책임지겠다고 생각한 마음이 전가되는 것 같았다. 일이 좋아지기 시작했고 바쁜 업무와 적은 직원으로 인해 추가 업무시간은 길고 고됐지만 통장에 찍혀가는 숫자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여전히 그 내역속엔 너와의 시간도 함께 있을 것이다.
 

  시나브로 지워지고 있었다. 아래로 쓸려 밀려가는 통장내역만큼이나 천천히 밀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 괜찮냐고 묻는다면 괜찮아요 헤헤. 하고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듯 했다. 늘 처럼인 어느날 아침부터 휴대전화 알람이 울렸다. 너와의 기념일. 우린 이때쯤 어딘가 함께 여행을 하자고 했다. 그때는 그랬다. 아무도 보지않지만 스스로 무심한척 알람을 껐고 캘린더의 기념일을 삭제했다. 그랬다. 왠지모르게 멍하니 있다가 버스를 놓쳤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점장님께 문자를 보내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시큰했다. 아직인 것 같다. 하는 생각에 평소에 잘 듣지않던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출근하고 그날따라 평소보다 더 기분이 좋은 것처럼 행동하며 지냈다. 점심식사는 조금 먼 곳에 가서 평소에 먹지않는 비싸고 맛있는 것을 시켜먹고 터덜터덜 걸어오며 과식으로 인해 속이 안좋음을 느껴 게워내고 변기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눈물이 조금 났다. 이건 게워낼 때 흘린 눈물인가 아닌가. 그걸 미쳐생각할 새도 없이 앉아 울었다. 울고나니 불편했던 속도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눈이 충혈된 걸보고 왜 울었느냐 했다. 속이 불편해서 게워냈다고 하니 오늘은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라고 했다. 실로 오랜만의 칼퇴근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고, 개인적인 시간이 많아질수록 가슴의 울렁임은 더욱 많아지는 듯 했다.
 

  시나브로 지워졌다던 생각은 다 리셋되고 다시 생각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며 멍하니 그리고 한없이 샤워기가 내뿜는 물을 맞으며 가만히 서있었다. 뜨거운 물을 너무 많이 맞아 정신이 몽롱할 정도가 되어서야 샤워를 끝내고 방에 들어왔다.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한동안 바탕화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정신이 들어서야 그녀와 함께하던 게임을 켜고 그녀의 아이디를 지우고 닫았다. 내가 느끼기에 이건 정말 홧김이었다. 굳이 찾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을 찾아내서 내 성질대로 해버렸다. 다시 멍하니 바탕화면을 바라보다 지난밤 함께보았던 영화파일을 찾아 실행했고 다시끔 그날의 냄새가 나고 그녀의 머릿결이 내 목주위를 간질이고 괜히 몸을 기대고 싶었다. 의자를 한껏뒤로 젖히고 기대서 영화를 계속 보았다. 함께일 때 그렇게 재밌고 흥미진진했던 그 영화는 내게 하품을 유발했고 이미 알고 있던 영화 내용이라 식상해보이기까지 했으며 TV프로그램에 많이 화제되던 영화의 대사들은 이제 그렇게 유별나게 들리지 않았다. 이젠 이 영화도 내게 잊혀질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모르는 새에 잠이 들었다.
 

  어젯밤의 슬픔은 온데간데없이 불편한 잠으로 인해 몸은 무척이나 뻐근했으며 기지개를 수십번해도 풀리지않았다. 안팎으로 너덜해진 몸을 이끌고 또다시 출근길에 올라 다시 통장내역을 확인했다. +1개월전, +3개월전, +6개월전.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