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에서 타임머신이 발명됐다.
비록 과거로는 가지 못하고 오직 미래로만 갈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이었다.
마지막 남은 실험은 인간으로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물건, 동물을 이용한 실험으로 실제 작동과 안전성은 이미 입증된 상태였다.
인간 대상 실험은 상징적인 의미 외에는 실험으로서의 의미는 크게 없었다.
Dr. M은 이 영광스러운 실험의 참가자였다.
타임머신 연구진의 일원으로서 큰 기여를 하기도 했고, 공군 대위라는 조건도 한 몫했다.
실험 당일, NASA는 전세계의 학자들과 기자들, 그리고 몇 명의 정부 인사로 북적였다.
Dr. M과 연구진은 실험 시작 전에 짧게 기자회견을 가졌다.
의례적인 질문들이 오간 후에 연구진은 직접 선정한 몇 몇 언론사의 카메라맨들과만 타임머신이 있는 실험실로 이동했다.
타임머신 작동의 생중계로 신뢰를 높이면서도 기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Dr. M은 기기 안으로 들어갔고, 모든 수치값이 입력되었다.
Dr. M은 일주일 후의 미래로 시간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 때까지 카메라는 단 한 순가도 꺼지지 않고 실험을 생중계할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Dr. M은 돌아오지 못했다.
연구소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실험에 차질이 생겼다고 발표했지만,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딱지를 벗어나진 못했다.
연구의 신뢰도, 자금의 운용, 그리고 인명 피해 등등으로 연구진은 온갖 조사와 청문회, 언론사의 접촉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수개월 후 칠레의 라 실라 천문대에서 압도적인 데이터를 자랑하는 인위적인 신호를 포착했다.
데이터 자체는 엄청난 크기였지만, 해석에는 큰 공이 들지 않았다.
인간의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NASA 소속 연구원이자 미 공군 대위, 그리고 타임머신 실험 참가자 Dr. M입니다.>
<실험은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시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 타임머신이 작동한 후로부터 일주일 후가 맞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좌표가 틀렸습니다.>
<지리좌표계의 사용이 이전까지의 실험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보여주었기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지리좌표계는 적절한 기준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타임머신의 구동 원리와 기준에 지구 및 태양계의 천문학적 운동까지 고려해야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제 가설로는 이전의 실험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전 실험 대상들이 저처럼 의도치 않은 좌표로 이동했을 때, 다시 무언가에 의해 우리가 원했던 시공간 좌표로 이동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우리는 무언가를 놓쳤다는 점입니다.>
라 실라 천문대는 해석된 데이터를 비밀리에 NASA로 전송했고, 이 내용은 세간에 공표되지 않았다.
타임머신 연구소는 곧 폐지되었고, 연구진들의 향후 종적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