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의 남녀가 엄청 어렸는데, 되게 행복해보였어요 남자도, 여자도 모두 앞을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나는 정말 반짝거리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외치는 것 처럼 행복해 보였어요
사진에 하필 여자가 입은 옷이 녹색이라서, 첨에는 어? 만원짜리인가? 하면서 꺼냈었는데
이제는 잊을만 했어요. 벌써 5년도 더 전인데. 그런데 아프더라구요. 그 때도, 그대도, 그렇게 슬퍼하고 아파했었는데, 그 상자를 열면서 '만원짜리인가?' 라니.
당신과의 추억을 아직 기억해요 이미 우리가 다녔던 그 길은 절반만큼만 기억을 간직하고 있고 우리가 함께 바라본 별자리는, 나는 차마 볼 수 없어 흐릿하지만 당신이, 내가 서로의 등에 기대어 올려다본 하늘만은 아직 선명해요 그 하늘에 수놓인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억나요
그런데 그대를 기억하던 상자가 흐릿하네요 그대는 내 기억 속에서만 살았는데도 이제 지금의 그대는 나의 그대가 아닌데도 기억이 흐릿했다는, 착각 하나만으로 나는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