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이별후에 오는 것들. #2
게시물ID : lovestory_831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쟌느
추천 : 3
조회수 : 4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23 23:51:04
옵션
  • 창작글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 법한 얘기지만, 왜 이별후엔 왜 세상 모든 이별노래는 왜 이제야 공감이 가며 왜 이제야 따라부르게 되는지 알 것 같다. 왜인지 나랑 닮았고 지금의 리듬과 노래의 리듬이 한몸처럼 꼭 맞으며 마치 하나가 된 듯 흘러나왔다. 도대체 왜 슬픈 이별노래들을 흥얼거리며 신나게 게임을 하고 친구와 놀고 헤어지며 왜 걸어오는길 생각나는 게 슬픈 이별노래인지. 왜 집에 돌아와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할 때도 왜 그 노래들은 귓가에 머무는지... . . ?
 
  여전히 나는 취업활동에 매진했으며 정말 운 좋게도 유명브랜드 마트의 매니져가 되었다. 마트 경력이라곤 대학시절 일년정도 했던 아르바이트가 전부였다. 그녀와 헤어짐에 대한 보상인 것처럼 쉬는 날이 적은 대신 급여가 괜찮았고 사장님도 좋은 분이신 것 같았다. 아는게 전무하던 나는 마트에서 배울게 정말 많았고, 빠르게 처리를 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할 일은 산처럼 남아있었다. 그런 많은 일들과 바쁨이 내게 안식을 주는 듯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퇴근 후 술에 취했으며, 그녀를 아닌척 그리워하고, 슬픈 노래는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다. 맴돌기 보단 머무르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생각하지 않으려해도 계속 그 곳에 있었으니까.
 
  잔인한 여름은 폭염과 폭우를 마치 제비뽑기처럼 번갈아 나왔다. ‘날이 좋아 네 생각이 났어와 같은 달콤한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바쁜 나날이었다. 비가오면 비를 피하느라 바빴고 더우면 조금이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자 바빴다. 내 의지로 쉬는 시간을 쪼개 일을 하게 되었고 바쁠때면 컵라면을 먹기 일쑤였다. 내 바쁨을 표현 할 길이 없었지만 그게 너무 좋았다. 그동안 하지 않던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인생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그로인해 나를 아끼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여전히 퇴근후엔 술에 취하고 싶었으며, 늘 취해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유난히 꿈이야기를 많이 한 우리였다. 난 매일 느낌은 비슷하지만 다른 꿈을 꾸었고 그녀는 내용은 비슷하지만 항상 충격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동안의 아침들은 그런 이야기들로 시작했었다. 불현 듯 어느 날, 그녀의 사진을 다 없애버리는 꿈을 꾸었다. 여전히 바쁘게 일하고 온, 그날 저녁 그녀의 사진을 지웠다. 한 장씩 천천히 넘기며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한 장한장 그때 그녀의 향수내음, 샴푸냄새, 그날의 목소리, 그날의 이야기들이 넘쳐흘렀다. 그날 있었던 일들이 하나씩 압축파일이 되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었다. 언제든 더블클릭으로 간단히 압축을 푼다면 레드카펫처럼 내 앞에 쫙 펼쳐져 하나하나 그날의 감정과 모습들을 자세히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세네시간에 걸친 행복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정신을 차렸을 땐 내 휴대폰 속 남은 사진은 고작 51장이었다. 스크롤을 있는 힘껏내리면 두 번이면 다 내려왔다. 인생에 뭔가 큰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그 짧은 세네시간동안 그동안 지금까지의 시간이 다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또한 그 시간들이 항상 그녀와 함께였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되었다. 휴대폰을 고이모셔 던져버리고 예능프로그램을 켜고 실컷 웃었다. 그녀가 소개해준 프로그램이었다. 웃었다. 카페에 앉아 같이 본 편을 일부러 찾아서 틀었다. 영상에서 그 카페의 커피냄새가 나고 나의 웃음에선 그녀의 웃음소리가 겹쳐나왔다. 그녀의 샴푸냄새가 났으며 머리칼이 내 볼을 간질이고 입안엔 그날따라 썼던 아메리카노의 쓴 맛이 났다.
  문득 카페의 그 날이 생각이 나, 문구점에서 사서 함께 맞추던 나노블럭을 정신없이 찾아 맞추곤 다시 상자에 우겨넣었다. 그날밤은 취하지 않고 잠에 들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