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게에
보라색 핸드백 찾는 여자가 자기에게만 보였다면서
무언가를 정신없이 찾는 여자를 보면
무조건 모르는 척 하라는 글이 올라왔죠?
새벽에 그 글을 보고 순간 소름이 쫙 끼쳤어요!
어렸을 때 저도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요....
때는 14년 전, 초등학교 5학년일때....
오빠와 저는 애기때부터 통통해서 부모님이 매일 학교 운동장에 데리고 가,
다같이 걷거나 뛰었어요.
지금은 학교 운동장 문을 일정시간에 닫아놓지만
그때는 대부분의 학교운동장이 24시간 개방이었어요.
그리고 아빠가 퇴근하신 뒤 다같이 운동하러나오면
시간이 늦어져서 보통 밤 11시까지 하고 갔고,
12시 넘을 때까지 할 때도 있었어요.
가로등 한 두개 정도 희미한 불빛의 학교운동장은
솔직히 너무 무서웠지만
다른 주민들도 몇분 계셨고, 어쨌든 온 가족이 같이 다녔으니
꾹참고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부모님의 성화로 거의 밤12시까지 운동장에 있다가
다같이 나오는 길이었어요.
저는 아직 초딩이라 12시가 넘으면 무서워서
걸음을 재촉해서 혼자 먼저 교문을 빠져나왔죠.
그때 누가 저를 톡톡 치는거에요.
"저기요."
"네?"
하고 돌아봤더니
긴 생머리, 20대 중반 정도의 청순한 언니가 해맑게 웃고 있었어요.
그 언니가 정말 너무 환하게 웃으면서
"여기 소각장이 어디에요?"
하고 묻는거에요.
응?? 저는 너무 쌩뚱맞은 질문에 당황스러웠죠.
전 애기때부터 이 동네에서 계속 살았는데, 동네에 소각장이 있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거든요.
더군다나 밤 12시 갓 넘긴 이 시간에 웬 소각장...?
저는 순간 당황했는데 그 언니가 계속 너무 해맑게 웃고 있길래
저도 따라서 씨익 웃으면서
"아, 전 잘 모르겠는데....!"
하면서 부모님께 여쭤보려고 교문쪽으로 돌아봤어요.
부모님이 나오고 계시길래
"엄마, 여기 소각장이 있어?"
하고 다시 뒤도는데
그 언니가 없는거에요....
응.....? 그 언니 갑자기 어디갔지.....
넓은 대로변이여서 사라질 곳이 없는데....
부모님께 얘기했더니 본인들은 못봤다고 하시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이상한 사람이네" 하시더라구요.
저도 그때 그냥 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언니인가보다 했어요.
왜냐면 거기 진짜 초등학교, 중학교, 아파트 모여있는 넓은 대로변에
조금만 가면 먹자골목, 번화가라 소각장 같은게 있을리가 없거든요.
또 이상한건 소각장 찾으면서 그 언니는 봉투나 짐, 가방같은 것도 하나도 안들고 있었구요...
그리고 몇 발자국 뒤에 바로 부모님이 계셨고, 주변에 지나가는 어른들이 있었는데
굳이 초딩인 나한테 왜 그걸 물어봤지? 싶었어요.
그 당시에는 소름끼치거나 하진 않았고, 그냥 약간 홀린듯한 기분이었어요.
주변도 어두웠고 너무 쌩뚱맞아서 그냥 꿈꾼 듯한 느낌....?
그후로 별일 아니겠거니 생각해왔는데....
어제 '무언가를 정신없이 찾는 사람이 있다면, 모르는 척 하세요.'
라는 글을 보니 갑자기 소름이 돋네요.....
날 보는 내내 너무 해맑게 웃던 그 언니가 진짜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